틱톡을 팔아라, 못 팔면 아웃! 그런데 누가 사지?[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6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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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1억명이 쓰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에서 퇴출당할 판입니다. 미국 하원이 13일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죠.

미국에선 향후 몇 달 동안 틱톡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엄청나게 뜨겁겠지만, 솔직히 미국인도, 틱토커도 아닌 우리 삶은 뭐 그리 달라질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이 이슈에 주목하는 건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겠죠. 오늘은 틱톡 금지법이 불러올 효과를 들여다봅니다.

틱톡 앱은 미국에서 사라질까. 만약 사라지면 뭐가 달라질까. AP 뉴시스
틱톡 앱은 미국에서 사라질까. 만약 사라지면 뭐가 달라질까.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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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금지법? 매각법?
찬성 325대 반대 65. 13일 틱톡 매각법이 미국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외국의 적(=중국)’이 통제하는 앱의 배포·유지·업데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이죠. 그 대상은 미국에서만 1억7000명의 사용자를 가진 동영상 플랫폼, 틱톡입니다.

이 법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되면,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6개월 이내에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합니다. 만약 매각하지 않으면 애플이나 구글의 미국 앱스토어에서 틱톡 앱의 다운로드와 업데이트가 금지되죠(어기면 앱스토어 운영사를 처벌받음).

틱톡이 확보한 민감한 사용자 정보(위치, 연락처 목록, IP주소, 생체인식 데이터 등)를 중국 정부에 넘길 우려가 있다는 게 법 제정 이유입니다. 물론 진짜 틱톡이 정보를 넘겼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틱톡이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특별히 더 사용자 정보를 많이 수집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우려할 만한 근거가 없는 건 아니죠. 중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정부가 요구하면 기업이 데이터를 넘겨주도록 강제하는 국가보안법이 있으니까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틱톡 금지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 틱토커들. 표정이 너무 밝은데? AP 뉴시스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틱톡 금지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 틱토커들. 표정이 너무 밝은데? AP 뉴시스


팔면 되잖아. 누구한테?
미국 틱톡 이용자들은 난리 났죠. 특히 틱톡 플랫폼으로 먹고사는 마케터나 크리에이터엔 날벼락 같은 소식인데요.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등장하고, 의원실에 항의 전화 폭탄 세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 즉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반면 법에 찬성하는 쪽에선 이런 식으로 반응하죠. ‘누가 틱톡 금지한대? 다른 주인 찾아서 팔면 되잖아. 매각하면 그만인데, 뭐 그리 난리야.’ 같은 법이지만 찬성 측은 틱톡 매각(Tiktok Sale), 틱톡 금지(Tiktok Ban)로 표현합니다.

사실 중국 앱에 대해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매각을 요구한 게 처음은 아니죠. 동성애자 데이트앱 그라이더(Grindr)는 2020년 같은 이유로 중국 모기업이 지분을 미국회사에 판 적 있고요. 자, 그럼 누가 틱톡을 살 수 있으려나요.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틱톡 이용자는 틱톡 금지를 반대한다고 과반수(56%)가 응답한 데 비해, 틱톡을 쓰지 않는 미국인은 47%가 틱톡 금지에 찬성했다. 틱톡 금지를 둘러싸고 여론은 분열돼있다. 퓨리서치센터
지난해 10월 미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틱톡 이용자는 틱톡 금지를 반대한다고 과반수(56%)가 응답한 데 비해, 틱톡을 쓰지 않는 미국인은 47%가 틱톡 금지에 찬성했다. 틱톡 금지를 둘러싸고 여론은 분열돼있다. 퓨리서치센터
일단 웬만한 현금동원력으론 어렵습니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상장기업인 거 아시죠(기업가치 2680억 달러, 약 353조원). 물론 바이트댄스에서 틱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이긴 한데요. 그래도 블룸버그에 따르면 틱톡의 가치가 400억~500억 달러(약 52조~65조원)는 될 거라고 합니다.

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미국 빅테크가 떠오르죠. 언론에선 메타·구글·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 이름을 거론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MS는 4년 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지금과 비슷한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실제 틱톡을 인수하려고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빅테크의 틱톡 인수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규제이죠. 빅테크가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공격적으로 적용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와서 ‘틱톡 인수는 괜찮아’라고 태도를 바꾸진 않을 겁니다. 미국 못지않게 강하게 빅테크를 때리고 있는 유럽연합도 마찬가지고요.

또 중국 정부 역시 매각엔 큰 장애물입니다. 이미 4년 전 중국 정부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포함한 AI 기술의 수출을 제한했죠. 사실 틱톡의 경우엔 그 추천 알고리즘이 핵심 자산인데요. 중국 정부가 ‘알고리즘은 못 판다’며 매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틱톡이 기업공개를 한다면?
대안은 있습니다. 틱톡을 떼서 다른 기업에 합병시키는 게 아니라, 별도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겁니다. 그럼 반독점법 규제가 걸림돌이 될 일은 없으니까요. 법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중국 관련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기만 하면 매각으로 인정됩니다.

바이트댄스의 외부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틱톡이 기업공개를 하면 기존 지분 중 일부를 틱톡 주식으로 바꿀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틱톡 지분은 100% 바이트댄스 소유이지만, 바이트댄스 지분의 60%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세쿼이아 캐피털, 서스퀘하나, 제너럴 애틀랜틱 등)가 보유하죠.

하지만 IPO도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닌데요. 지금부터 IPO를 준비한다고 해도 법에서 정한 6개월 기한 안에 상장을 마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전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2019년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256억 달러이었거든요. 아마 틱톡은 그 두배 가까이 될텐데? 참, 답이 안 나오죠.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이용률 설문조사 결과. 2021년 21%가 사용했던 틱톡은 2023년에 33%로 이용률이 크게 상승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퓨리서치센터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이용률 설문조사 결과. 2021년 21%가 사용했던 틱톡은 2023년에 33%로 이용률이 크게 상승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퓨리서치센터


틱톡 퇴출=메타 대박?
너무 커서 팔기도, 분사도 어렵다니. 그럼 이대로 틱톡은 미국에서 장사를 접어야 할까요. 솔직히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실제 틱톡을 완전히 금지한 국가는 이미 있습니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네팔.

이 중 인도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인도는 2020년 6월 틱톡과 위챗 등 중국 앱 59개를 금지해버렸죠. 국가 보안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는데요. 국경 지역에서 중국군과의 물리적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인도는 틱톡을 먹여 살리는 가장 큰 시장이었죠. 틱톡 사용자 수가 1억5000만명이나 되고, 글로벌 다운로드 수의 30%를 차지했을 정도였는데요. 인도 정부의 조치로 수많은 인도의 틱토커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전업 크리에이터들이 한순간에 직업을 잃게 된 건데요.

인도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숏폼 서비스 릴스가 틱톡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AP 뉴시스
인도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숏폼 서비스 릴스가 틱톡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AP 뉴시스
하지만 그 후로 생각보다 인도의 사용자들은 빠르게 틱톡을 잊었습니다. 2021년 인스타그램이 숏폼 동영상 서비스 ‘릴스’를 인도에 출시했기 때문이죠. 2019년 인도에서 다운로드 수 6위에 그쳤던 인스타그램은 2021년엔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인도의 인스타그램 활성 이용자 수는 이제 2억1000만명에 달한다고 하죠.

미국에서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겁니다. 마케팅 컨설팅업체 케피오스에 따르면 전 세계 틱토커는 이미 페이스북(82%), 인스타그램(80%), 유튜브(78%)를 이미 사용하고 있죠. 틱톡 같은 짧은 동영상은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에도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틱톡이 미국에서 사라지면 일부 인기 틱토커들은 전 세계에 걸쳐있던 기반을 잃겠지만, 대다수 이용자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 다른 앱을 스크롤 할 겁니다. 틱톡이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약 2.5%)를 가장 많이 가져가는 건 아마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가 되겠죠. “틱톡이 없으면 페이스북이 더 커진다”며 돌연 틱톡 금지에 반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좀 황당하지만) 일리 있습니다.

남겨진 질문; 보복과 황금률
생각해보면 국가보안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퇴출시킨 미국인데, 틱톡이라고 막지 못하겠나 싶습니다. 동시에 이런 논리도 미국에선 통합니다. ‘공정한 경쟁? 중국은 검열을 따르지 않는 미국 소셜미디어 회사를 금지했잖아.’ 중국이 한 걸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일종의 보복 논리인데요. 13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틱톡 인수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라는 스티브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미국 기업이 소유해야 합니다. 중국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이런 걸 소유하도록 내버려 둘 리가 없다고요.

중국은 2009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현 X)·구글 접속을 차단했죠. 인스타그램·넷플릭스도 볼 수 없고요.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불리는 조치인데요. 덕분에 중국은 자체적인 소셜미디어 서비스(웨이보·더우인·샤오홍슈 등)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게 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틱톡 사옥의 모습. 틱톡은 지난 수년간 대대적인 로비를 펼치며 의회의 틱톡 금지법 제정을 피하려 했지만, 현재로선 실패했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틱톡에서 반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성향 동영상이 확산한 것이 틱톡을 금지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AP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틱톡 사옥의 모습. 틱톡은 지난 수년간 대대적인 로비를 펼치며 의회의 틱톡 금지법 제정을 피하려 했지만, 현재로선 실패했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틱톡에서 반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성향 동영상이 확산한 것이 틱톡을 금지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AP 뉴시스
맞는 말이라고요? 중국이 한 것 그대로 돌려받아야 한다고요? 네, 감정적으로는 참 설득력 있는데요. 이와는 좀 다른 의견도 있어서 소개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가안보 공무원이었던 하버드 로스쿨 강사 티모시 에드가가 지난해 인터뷰에서 펼친 주장인데요.

“틱톡에 대해 어떤 우려를 갖고 있든, 규정을 만들 땐 황금률(‘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우하라’)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반대로 적용될 경우에도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규제만 채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채택하는 게 무엇이든 다른 국가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에 그와 같은 짓을 한다면 우리는 ‘그 통제가 합당해 보인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신냉전 시대에 황금률 운운하다니,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니냐고요? 글쎄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에 대한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를 떠올리면 꼭 그렇진 않을지도. By.딥다이브

틱톡 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상원이 남아있습니다. 현재로선 상원 통과엔 불확실성이 크다는데요. 아마 상당 기간 미국에선 시끄러울 만한 이슈라서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미국 하원이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13일 통과시켰습니다.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6개월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 앱을 미국에서 금지하는 법입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팔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500억 달러 가치의 틱톡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빅테크는 반독점법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죠. IPO가 대안이지만 너무 큰 틱톡을 6개월 안에 상장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대로 틱톡이 미국에서 퇴출당한다면? 아마 빈자리를 경쟁업체가 빠르게 메울 겁니다. 그중 승자는 인스타그램을 가진 메타가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중국이 할 법한 일(소셜미디어 금지)을 미국이 한다는 사실이 좀 놀라운데요. 다른 나라 인터넷 데이터 감시한 사실이 폭로됐던 건 다 까먹어버린 미국입니다.

*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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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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