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11월 22일은 세계인의 축제 ‘김치의 날’…김치의 미래는 김치산업의 혁신에 달려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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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관한 혁신 기술을 개발·보급하여
김치산업을 발전·진흥시키는
김치 종합 연구기관, 세계김치연구소

11월 22일은 우리나라 대표 식품 ‘김치’의 날이다. 식품 관련 유일한 법정기념일인 김치의 날은 다양한 재료 하나하나(11)가 모여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에서 김치는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김치 수출은 2021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올해는 2021년에 기록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에 관한 혁신적 연구개발을 통해 발효과학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김치산업에 적용·보급함으로써 김치산업의 진흥 발전을 이뤄내고 김치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장해춘 소장 취임(2021년 8월) 이후 조직적인 효율화를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및 김치산업 현장의 연구개발(R&D)기술 수요를 적극 청취하고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써왔다. 김치 종균 프로젝트를 통한 ‘품질 혁신’으로 프리미엄 김치시장으로 산업계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생산단가 절감을 위해 양념 속넣기 장치 등을 개발하여 ‘생산혁신’을 가져왔다. 김치의 항비만 효능 등 건강기능성 식품으로서 김치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연구 역시 지속하고 있으며, 김치 부산물의 처리 비용 및 환경오염 문제, 유럽연합(EU) 수입규제에 따른 김치 수출 난항 등 김치산업계가 직면한 난제들을 기술개발 및 상생협력을 통해 해결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김치로부터 유산균을 분리하고 이를 유용자원으로 활용하고자 ‘김치자원은행’을 구축했다. 최근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김치유산균 분야 국내 최초 ‘공인생물자원은행’과 저온성 김치유산균 시험법에 대한 세계 최초 ‘공인시험기관’으로 모두 인정받음으로써 김치유산균 분야 연구성과에 대한 국제적 공신력을 확보했다.

언제나 한결같은, 김치 맛의 조력자 ‘종균’
김치 종균(WiKim0121).
같은 브랜드의 김치인데도 ‘맛이 다르다’는 소비자의 불만은 김치 업체가 풀지 못하는 숙제였다. 배추 등 김치의 원료는 계절별로 품질이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김치에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라는 변수까지 존재한다. 동일한 조리법으로 김치를 만들더라도 맛이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요구르트, 낫토와 같은 발효식품 역시 가내수공업에서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품질’ 구현이라는 장벽에 부닥쳤고, 이를 타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종균(starter)’ 기술이다. 종균은 발효식품의 발효를 주도하는 미생물로, 품질을 좋게 하면서 다른 미생물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균이 주로 종균으로 이용된다.

세계김치연구소는 2013년부터 김치용 ‘종균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해 지역별·종류별 김치에서 3만5000여 종의 김치유산균을 확보했으며, 품질 유지, 위생 안정성 향상, 건강 기능성 등 우수한 발효 특성을 지닌 김치 종균 37종 개발을 완료했다. 이렇게 개발된 종균의 현장 적용 기술, 대량생산 기술 등 김치 제조업체에 보급할 수 있는 기반 기술까지 완성했으며, 202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종균 보급사업’을 통해 전국의 중소 김치 제조업체에 무상으로 종균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김치 종균은 김치의 맛을 향상시키고 품질 유지기한을 60일 이상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올해는 내수형과 수출형으로 구분하여 총 7000kg의 종균을 보급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1.5배 증가한 1만500kg의 김치 종균을 보급할 계획이다.

골칫덩어리 ‘배추 무름병’… 3분 이내 판별하는 분석기술 개발
기기분석실(LC) 전경.
배추의 조직을 무르게 하는 배추무름병은 잎, 줄기, 뿌리에 반점이 생기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확대되어 포기 전체를 썩게 한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초분광 영상 처리 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고 특성화된 분광 정보와 영상 이미지를 취득하여 배추의 무름 현상 발현을 사전에 예측·진단할 수 있는 분광 특성 기반의 배추 품질 분류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기존 최소 48시간 이상 소요됐던 배추무름병균 분석을 3분 이내로 단축시켰으며, 정확도는 96% 수준으로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양념 속 넣기 장치 개발과 보급… 스마트 김치공장 시대 머지않아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수작업 비중이 높은 김치산업은 노동인구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김치 제조원가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로 식품산업 평균의 4∼5배 수준이다. 국내 김치산업 발전과 해외시장에서 한국 김치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김치 생산공정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김치 공정 중에서도 배춧잎을 벌려서 양념을 넣어야 하는 과정은 생산 자동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세계김치연구소는 ‘양념 속넣기 장치’를 개발했으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김치 제조업체 28개소에 설비를 보급했다. 또 연구소는 양념 속넣기 장치에서 그치지 않고 원료 입고부터 배추 이절, 절임, 포장, 이송 등 모든 공정을 디지털화해 완전한 김치 생산 자동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차세대 김치공장 모델을 구축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김치 가공 부산물,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친환경 자원으로 탈바꿈
김치산업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로 안정적 원료 조달, 제조 공정 자동화에 이어 김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추 겉잎, 무 껍질 등 가공 부산물에 대한 친환경적 처리 방안,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제기되어 왔다. 김치 가공 부산물은 그동안 ‘폐기물관리법’에 근거해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되면서 과다한 폐기물 처리 비용 및 매립지 토양·지하수 오염, 탄소 배출 문제 등이 발생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추·무 부산물의 함수율을 낮춰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김치 가공 부산물 파쇄·탈수 처리 시스템’ 장치를 개발하여 산업용 장치 제조업체에 기술을 이전했다. 국내 최초로 김치 가공 부산물에 대한 순환자원 인정도 획득했다. 이 기술은 김치 가공 부산물 처리 비용을 기존 대비 60% 이상 절감하고 환경 개선 효과까지 있어 김치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 탄소 중립 및 국가 자원순환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김치의 건강 기능적 효능 … 국가 전략기술로 발굴

김치를 특별한 건강식으로 인정받게 한 데는 유산균의 역할이 크다. 유산균은 김치가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젖산, 대사산물과 함께 우리 몸의 원활한 대사 작용에 많은 기여를 한다. 김치가 장 건강은 물론이고 암과 대사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기존 연구 결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김치의 장-뇌 축 조절을 통한 비만 및 신경염증 개선 작용 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혀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김치에 대한 인식이 전환됨에 따라 김치의 면역 효능 및 장 건강에 대한 과학적 구명을 위해 글로벌 리더 대학인 ‘UC DAVIS’와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추후 임상시험을 통해 김치가 현대인의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김치의 기능적 우수성을 구명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에 대한 인식 전환과 건강 기능성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김치유산균, 국가자원으로서 가치 높인다 … 공인생물자원은행·공인시험기관 KOLAS 인정
김치자원은행 실물 자원.
연구소는 최근 KOLAS로부터 김치유산균 분야 국내 최초 ‘공인생물자원은행’과 저온성 김치유산균 시험법에 대한 세계 최초 ‘공인시험기관’으로 모두 인정받았다. ‘공인생물자원은행’으로 인정된 세계김치연구소 김치자원은행은 저온생육능 김치유산균의 수집·보관 등 활동에서 인정기준에 부합한 국제적 수준의 관리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로써 관련 연구 분야의 국내 연구자 및 바이오 업계는 신뢰성 있는 생물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김치는 10도 이하 저온에서 발효되는 반면 유제품은 중온 이상에서 발효되는 식품이다. 유산균은 종류에 따라 최적의 생육 온도가 저온에서 고온까지 다양하다. 즉 저온발효 김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김치유산균의 최적온도와 발효유제품 내 유산균의 최적온도는 다르다. 그러나 기존에는 김치에서 유용한 김치유산균을 분리할 때 서양에서 개발된 중온성(30∼40도) 유산균 시험법을 적용해 왔다. 이에 연구소는 저온성 유산균의 배양 특성을 이용해 김치의 품질과 발효에 영향을 주는 저온성 유산균에 최적화된 시험법을 개발하여 KOLAS로부터 국제기준에 따른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다.

이번에 새롭게 인정받은 저온성 김치 유산균에 특화된 시험법으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독보적 김치유산균을 발굴할 수 있게 됐으며, 더 나아가 이 시험법으로 분리한 저온생육능 유산균을 보관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까지 모두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으로 인정받게 되어 김치유산균 분야 연구성과에 대한 국제적 공신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 같은 김치유산균 자원은 향후 김치산업계뿐만 아니라 식품, 의료, 보건, 해양 등 다양한 산업 및 연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치산업계 유럽 수출길 막히자 상생 협력으로 돌파 앞장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수출에 있어서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협력하여 김치산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유럽연합(EU) 복합식품 수입규정이 개정되어 김치와 같이 동물성 원료(젓갈 등)를 극미량이라도 포함하는 경우, 통관 과정에서 원료 제조시설의 EU 수출작업장 등록인증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EU 수출작업장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세계김치연구소는 대기업에 협조를 요청하여 EU 인증 젓갈을 중소 김치 제조업체에 공급해줄 수 있도록 중계했다. 이로써 중소 김치 제조업체의 김치 수출이 막힐 수 있었던 상황을 대중소 상생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김치산업의 혁신으로 세계인과 함께하는 김치의 미래

김치의 맛과 위생 등 식품으로서의 기본 자격에 충실하면서도 ‘품질 차별화’ 기술은 김치 세계화의 핵심이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 발효의 과학화’, ‘김치 산업의 선진화’, ‘김치 가치의 자원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최종 목표는 ‘국가 김치산업 혁신 거점’으로서 김치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것이다. 연구소는 오늘 김치의 날을 맞이하여 ‘2023 WIKIM FESTIVAL(위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연구 성과를 김장 문화의 전승 주체인 국민과 공유한다. 우리 김치가 세계인의 김치가 될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


#김치#김치 산업#세계김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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