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카카오-원아시아, 그레이고 매개로 SM 시세조종 공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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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시아에 그레이고 넘기고도
카카오, SM 인수전에 계좌동원
원아시아도 SM지분 공시했어야”
국민연금, 카카오 ‘일반투자’ 변경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공모 관계로 지목한 카카오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원아시아)의 핵심 연결고리로 원아시아가 보유한 마케팅 회사 그레이고를 지목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그레이고의 경영권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에서 원아시아 측으로 넘어간 뒤에도 그레이고 명의 계좌가 에스엠 인수전에 동원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러한 증거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특사경은 지난달 26일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수감 중)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A 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B 씨를 검찰로 송치하면서 발표한 입장문에 이들이 원아시아와 공모해 “‘5%룰’을 형해화(形骸化·내용 없이 뼈대만 남음)했다”고 적시했다. 5%룰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 취득 후 1%포인트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과 변동 사항을 상세 보고·공시하도록 한 규정이다. 특사경은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원아시아 측을 특수관계자로 보고 원아시아 측이 보유한 에스엠 지분도 공시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카카오와 원아시아의 특수관계를 밝힐 핵심 단서로 그레이고를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원아시아 측은 보유한 사모펀드(PEF) ‘가젤제1호유한회사’의 자금 약 1000억 원으로 그레이고 지분 42.53%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최대주주였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분이 34.15%로 줄어들어 2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B 씨가 가지고 있던 대표이사직은 C 원아시아 부대표에게 넘어갔다. 이때 D 원아시아 부대표도 그레이고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하반기(7∼12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원아시아가 보유한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방송프로그램 제작업체 아크미디어에 35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아크미디어의 대표는 D 원아시아 부대표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원아시아가 투자 이력이 풍부한 대형 펀드회사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양 사가 ‘특별한 관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사경은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그레이고 명의 계좌가 에스엠 주식에 대해 고가 매수 등의 주문을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그레이고에 관련 입장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카카오 측은 “원아시아와 공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공단은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보유 지분 변경사항을 공시하면서 주식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꿨다. 주로 차익 실현이 목적인 단순 투자와 달리 일반 투자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IB 업계에서는 최근 카카오 경영진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감원#카카오#원아시아#그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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