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날] 농촌진흥청
쌀 수급안정-산업 활성화 나서
쌀가루 전용품종 ‘바로미2’ 개발
건식제분 가능해 활용도 높고 이모작 재배로 농가 소득에 도움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쌀의 소비 추세도 밥보다는 간편한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밥쌀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쌀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남아도는 쌀을 가공용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 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산 쌀이 수입 밀을 일부 대체함으로써 식량 안보에 대비한 쌀 수급 안정과 1.1%에 불과한 밀 자급률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 세계 최초로 가루 전용 쌀 원천 소재(수원542호)를 개발한 후 개량된 실용 품종(바로미2)을 육성해 2019년 특허출원하고 농가에 보급한 바 있다. 기존 멥쌀은 빵 등 가공품 원료로 사용하려면 먼저 물에 불리는 습식 제분으로 가루를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드는 가공 비용이 밀을 가루로 만들 때 드는 비용보다 2∼3배 비싼 이유다. 2017년 기준으로 식품 산업에서 원재료로 구매된 쌀 58만6000t 가운데 쌀가루는 3만3000t에 그쳤다. 쌀을 불리는 번거로움과 가공 비용이 산업화에 제약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물에 불릴 필요가 없는 쌀가루 전용 품종 ‘바로미2’를 개발함으로써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했다.
바로미2 쌀의 단단함 정도는 일반 멥쌀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바로 빻아 가루를 생산하기 때문에 습식 제분을 하는 일반 멥쌀 제분 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으며 대규모 밀 제분 설비에서는 현미를 투입해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건식 제분으로 생산된 바로미2 쌀가루는 매우 곱고 손상 전분 함량이 낮은 고품질 가루로 밀가루 대체가 가능하며 발효 속도가 빨라 주류·발효 떡에도 활용성이 높은 편이다. 또 바로미2는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부 지역을 기준으로 바로미2의 모를 내는 기간은 6월 하순 무렵으로 밀, 보리 등을 수확하고 난 후에 바로미2를 심을 수 있어 2모작 재배로 농가 소득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가루쌀 재배 확대를 통한 쌀 수급 안정 및 쌀 가공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안정 생산 기술 지원, 재배 안정성 기술 개발, 산업화 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안정 생산 기술 지원을 위해 가루쌀 생산 단지 38개소 2000㏊에 대한 전담 인력을 배치해 전 과정 관리 지원 체계를 통해 9500t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 단지별로 중앙·지방·민간 전문가·컨설턴트 각 1명씩 4명으로 구성된 현장기술지원단이 생육 단계별 추진 상황 및 생육 현황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기술 교육을 하면서 안정적인 재배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육 시기별 드론 영상 촬영을 통한 생육 및 작황 정보 분석, 기상재해 조기 경보 기술 개발 및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산 단지 관리 시범 적용도 추진되고 있다.
재배 안정성 강화를 위해 우수한 계통을 선발하고 재배 안정성 및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바로미2 종자 생산 및 보급을 위한 채종포 단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2024년도의 2만 ㏊ 재배를 위한 종자 600t을 생산할 목표로 채종포 전담 관리 체계 및 전주기(파종·이앙∼수확·정선) 현장 기술 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산업화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가공·저장 이용성 증진을 위한 가공 적성 검토 및 품질 유지 기술을 확대한다. 2022년 식빵·스프 등 4종에서 2023년 라면·고추장 등 13종으로 품목을 늘리고 시제품 평가와 함께 온도, 저장 기간 등 조건에 따른 품질 변화 분석과 산화 메커니즘 검토를 추진한다. 또 산업화 촉진을 위해 대형 밀 제분기를 활용한 최적 제분 조건 설정, 가루 크기, 손상 전분 함량, 회분 함량 등 가루 물성 평가와 제분 수율, 포장 등 경제성 평가도 수행할 계획이다.
지난 2017년부터 바로미2의 홍보와 활용 촉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우리쌀빵 경진대회’는 가루쌀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쌀빵 경진대회에서는 전체 반죽 무게의 50% 이상을 쌀가루를 사용해 식빵, 조리빵, 단과자빵, 구움과자빵을 미리 만들어 당일 출품한다. 출품된 제품은 조리법 및 쌀가루 배합 비율, 맛, 대중성, 창의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다. 가공 업체에서 바로미2를 활용해 만든 쌀맥주, 카스텔라 등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전북 고창의 수제 맥주 업체는 바로미2 관련 기술을 이전받아 제조한 쌀맥주를 전국 편의점에 유통하면서 한 달 동안 약 15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바로미2가 30% 사용된 쌀맥주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담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내세우는 정책 구호는 ‘수입 밀의 10%를 대체하자’이다. 가루쌀은 밀로 만드는 식품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으며 빵 말고도 케이크·카스텔라·비건빵·면·만두피·음료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가루쌀은 식감이 부드럽고 매우 촉촉하며 빨리 굳지 않기 때문에 가루쌀을 활용한 식품의 특색이 잘 강조된다면 수요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루쌀은 밀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건강식품 수요가 많은 외국인 공략에도 장점이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조재호 청장은 “가루쌀은 쌀 수급 안정과 밀 자급률 개선이라는 농업 현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면서 “가루쌀 재배에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 촉진까지 전 분야에 걸쳐 농촌진흥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을 투입해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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