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산업통상자원부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R&D사업 주도권을 민간으로 대폭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R&D예산 혁신을 지시하고,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나눠먹기식 R&D 제로베이스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힌데 따른 후속 정책개선 조치로 풀이된다.
3일 산업부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R&D 추진 과정에서 과제 선정과 평가 등에 민간의 참여비율을 늘리고 실질적 주도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R&D 시스템 개선 방안을 준비 중이다.
산업부는 R&D 성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업계와 시장 상황을 잘 아는 민간이 관(官)을 대신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R&D 심사 또는 사업자 선정 위원회 구성에서 민간의 비율을 늘리고 결정 과정에서도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현재 정부 주도 R&D 과제 심사·선정 관련 각종 위원회의 경우 민간에서는 통상 교수나 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공기업 등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산업부는 공무원·공기업 등 비율을 줄이는 대신 기업이나 VC(벤처캐피탈), 애널리스트 등 시장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 비중을 높이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같은 시장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민간에게 R&D 참여기관 선정과 변경, 연구개발비 배분 등에 전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나눠먹기식 소규모 R&D사업이 난립해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평가 기준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방안도 저울질 중이다.
앞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 주재 ‘2023년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R&D)기획 과정에서 정부와 PD들이 많이 기획하는데 기업이 기획하는 프로그램을 늘려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관의 역할 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선하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는 R&D사업 개편의 경우 타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공동사업, 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 많은 만큼 정부부처 간 협의를 우선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고시 개정을 통해 하반기 중 R&D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윤 대통령 지시 후 산업부가 발빠른 개선책을 추진하면서 다른 부처들로 R&D 추진 주도권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올해 국가 R&D 예산은 30조원을 웃도는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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