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따야 합격?”… 부산교통공사 ‘자격증 가점 확대’에 취준생 운다

  • 뉴스1
  • 입력 2023년 3월 24일 15시 04분


부산교통공사의 교육기관 BTC 아카데미 전경.(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교통공사의 교육기관 BTC 아카데미 전경.(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교통공사가 내년부터 채용 시 자격증 가산점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과 관련해 자격증 유무가 합격 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용 시험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동안 부족했던 전문 인력을 외부 인재 채용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것이 교통공사의 계획이지만, 일반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철도 자격증을 취득하기는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따라 청년 실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취재진이 입수한 부산교통공사의 ‘채용시험 가산대상 변경안’에 따르면 가산점 대상 자격증은 기존 6개에서 3개가 추가돼 총 9개로 확대된다. 3~5% 수준이던 가점 비율 역시 최대 2배 높아진다.

추가된 가산점 대상 자격증은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 △철도장비운전면허 △철도교통안전관리자 등으로 모두 철도 관련 자격증이다. 기존 철도교통관제사 자격증을 포함하면 철도 관련 자격증은 총 4개로 증가했다.

문제는 가산점수 적용 방식이다. 원래는 2개 이상의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가장 높은 가산점의 자격증만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변경안에서는 철도관련 자격증과 일반자격증을 구분하고, 지원자가 취득한 일반자격증과 철도관련 자격증에서 각각 가장 높은 가산점을 합산한다.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공사 특성상, 자격증으로 전문성을 입증하는 지원자를 우대할 수 있지만 처음 입직하는 신입에게 과도한 직무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에서 요구하는 철도관련 자격증 일부는 대학 졸업생 수준에서 사실상 취득이 불가능하다. 기관사 면허라 불리는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가 있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3% 가점인 기사 자격증(일반)만 취득하기 위해 보통 1년이 소요되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고비용과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철도관련 자격증 취득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설되는 제2종 전기차량 운전면허 취득에는 680여 시간(4~5개월 소요)의 교육 시간 이수는 물론 500여 만원의 교육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조연식 민주노총 부산지하철노조 정책부장은 “철도관련 자격증으로 가산점을 추가로 얻는 경우 5점 이상 점수 차를 시험으로 극복하긴 어렵다”며 “공정성으로 대표되는 채용시험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철도 관련 자격증이 일반자격증과 중복으로 가산되면 청년 세대가 아닌 동종업계 재직자가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격증 취득에 더욱 유리하고 이미 자격증을 소지한 기소지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신규 채용으로 청년실업 해소에 이바지하겠다는 공공기관의 채용 의도를 역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김용균 부산교통공사 인권인사팀장은 “지원자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에 따라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도 달라진다”며 “요구하는 자격증 종류가 늘었다고 경쟁이 과열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산교통공사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채용 조건을 빌미로 취준생에게 교육비를 전가한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그동안 공사는 직원들의 철도교통관제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1인당 16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며 관제사를 양성했다.

이러한 비판에 부산교통공사 측은 내부 인력만으로는 전문 인력 충당이 어려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부 교육과 외부 인재 채용을 동시에 진행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김용균 팀장은 “코레일, 인천교통공사 등 타기관에서도 비슷한 가점비율과 중복 합산을 적용하고 있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직원을 채용해 더 안전한 운행을 하고자 기준을 변경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지하철노조는 지난 21일부터 공사 앞에서 ‘채용시험 가산대상 변경안’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사 측이 변경안을 강행할 경우 수위 높은 대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반면 공사는 조합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협의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채용시험 가산대상 변경안’ 확정은 오는 3월 말~4월 초 사규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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