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스템반도체’ 비전…TSMC 잡을 ‘삼각편대’ 뜬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15일 13시 05분


삼성전자는 이번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으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한 반도체 사업부문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발표한, TSMC를 제치고 오는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전 세계 패권 경쟁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한국에 ‘화성·기흥-평택-용인’을 연결하는 최적의 생산 삼각 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파운드리 일류화 새로운 전환점 마련

용인 팹은 특히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팹리스(설계)·파운드리 등 비(非)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지만,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상대적으로 열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8.5%로, 삼성전자(15.8%)를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Gate-All-Around) 구조를 적용한 3㎚ 파운드리 공정 양산에 들어가며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 능력 면에서는 여전히 뒤처진다. 수주형 산업인 파운드리는 공격적인 생산 능력 증대 없이는 시장 점유율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용인, 삼성전자 생산능력 확보 핵심 거점으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신규 산업단지를 조기에 조성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평가해왔다.

이런 가운데 확정된 삼성전자의 용인 팹은 반도체 초격차를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일류화 기반을 다지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용인 반도체 특화 단지에는 향후 10년간 100조원을 포함해 오는 2042년까지 총 300조원 투자가 예정돼 있다. 용인 팹은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서, 가동을 시작하면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는 게 큰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한 성장 전략으로 ’쉘 퍼스트‘로 제시했다. 생산 라인을 미리 확보해 놓고 고객사를 유치하는 것으로, 고객사 요구를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용인 외에도 선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과 미국 테일러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메모리 생산 부지도 ’숨통‘…추가 투자 이어간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이어가고 있는 메모리 분야도 생산 능력 확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국내와 중국에 메모리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무역 제재 대상인 ’수출통제명단(Entity List)‘ 확대 등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추가 투자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반면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인 평택 사업장은 공격적인 시설 투자로 인해 확보한 부지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번 용인 특화단지 선정으로 추가 부지 확보 문제가 일시에 해소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추가 투자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자율주행 시스템 등 인공지능 기반의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인 성장에 대비해, 메모리 ‘초격차’ 달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시장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차세대 미래 기술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도체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차세대 패키징 적층 기술, 이종 집적 패키징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를 짓고 있다.

◆이재용 ’뉴삼성‘…제2 반도체 신화 창조 재현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불황기 과감한 투자 결정을 통한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조에도 도전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도 그침 없는 투자를 감행하며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키워왔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1983년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2·8 도쿄선언‘,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0년대 기흥캠퍼스에 당시 최대 규모의 8인치 웨이퍼 전용 5라인을 투자한 것도 불황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세계 모든 반도체 회사가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매번 결정적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직면한 위기는 ’사상 초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를 늘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를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하는 등 반도체 투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주했다.

또 지난해 기흥캠퍼스 R&D 단지 기공식에서도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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