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초박빙’ 고려아연 지분경쟁 격화… 최윤범 회장, 지분 영끌로 주총 이후 대비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3월 7일 10시 13분


코멘트

고려아연 지분경쟁 진행 중… 격차 3%대 좁혀
올해 주총 의결권 없는 지분 매입에 806억 투입
최윤범 회장, 주식담보대출 등 현금 3000억 확보
최씨 집안까지 동원해 ‘지분 영끌’
주총 이후 장형진 고문 측 임시 주총 소집 가능성
내년 주총서 장형진·최윤범 이사회 임기 만료
“결국 경영실적·주가가 고려아연 경영권 결정”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27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지분 변동 내역을 공시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보름 여 앞둔 시점에도 벌어지고 있는 지분경쟁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린다.

현 시점에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해당 지분은 올해 주총에서 의결권이 없다. 장 고문과 최 회장 이사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주총에서는 유효하지만 내년을 대비한 지분경쟁으로 보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때문에 양 측이 올해 주총 이후 벌어질 상황을 대비 중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 최윤범 회장 측 공세 강화… 집안 자금 등 800억 동원 ‘지분 영끌’
공시에 따르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는 지난달 장내매수 방식으로 고려아연 주식 14만3068주를 사들였다. 전체 발행주식의 0.7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동안 장내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 경쟁에서는 장형진 고문 측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윤범 회장 측이 공세를 강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씨 일가가 매입한 주식은 13만5625주로 0.68%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만 약 806억 원을 투입했다.

특히 지분 확보를 위해 최씨 집안 자금까지 동원했다. 영풍정밀이 지배하는 유미개발이 10만1720(0.51%)주를 매수했고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해주최씨종중)이 3만3905주(0.17%)를 사들였다. 해주최씨종중은 최기호 선대회장과 그 부친인 최경수, 선친 최준극 등을 조상으로 모시는 단체라고 한다. 유미개발과 해주최씨종중은 주식담보대출과 기존 보유 자금을 합쳐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나머지 7443주(0.4%)는 장씨 일가 측 회사인 에이치씨가 확보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집안까지 동원할 정도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 회장 측이 추가적으로 주식 매입을 위해 약 2000억~3000억 원 규모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준비 중인 모습이다. 장 고문 측 현금 동원 여력은 작년 말 기준 약 4000억~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 장 고문 측 임시 주총 소집 가능성… 최씨 지분 여전히 3~4% 열세
이번에 확보한 주식은 이달 개최 예정인 주총에서 의결권이 없다.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2022년 말이 기준일이기 때문에 올해 매수한 주식은 올해 주총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 일가 측 지분 확보는 지난달 20일 이후부터 꽤 급박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지분율이 여전히 열세인 상황 속에서 최 회장 측이 주총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총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는 임시 주주총회를 꼽을 수 있다.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이사회가 소집을 안하면 법원에 소집허가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고려아연 지분 현황을 보면 장 고문 측이 충분히 임시 주총을 소집해 의안을 상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장 고문과 최 회장 이사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주총을 대비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지분율의 경우 지난달 최 회장 측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최 회장 측 지분이 3~4%가량 열세다. 최씨 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쳐도 15.92%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업협력과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한화와 LG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이 고려아연 주식을 확보하면서 최 회장 측 우호지분 12.90%가 형성됐지만 이를 합쳐도 장씨 일가 지분(32.23%)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최씨 일가가 장씨 일가와 정면대결하면 승산이 없는 셈이다. 때문에 국민연금(8.28%)과 외국인투자자(약 18~19%) 지분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트’로 거론된다.
○ “경영성과·주가가 고려아연 향방 가를 것”… 주주·투자자 지지 이끌어야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회사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분 확보와 함께 주주 및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배당금 확대 정책 역시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가 역시 주주와 투자자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외국인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노진수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해외를 오가면서 기업설명회(NDR)를 챙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경영실적과 미래 비전이 최윤범 회장 체제 고려아연 존속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성과와 미래 비전이 주식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실제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경영실적과 주가 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주주와 투자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실적과 비전으로 말해야 한다”며 “경영 성과가 좋아 고려아연 주가가 오른다면 다른 세력이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지분 확보 경쟁은 주가 향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고려아연과 영풍이 영위하는 비철금속제련사업 실적을 확인하면 전반적으로 고려아연이 영풍을 압도한다. 최근 5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21년 기준 고려아연과 영풍의 매출액 격차는 6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격차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이면서 2021년 고려아연과 영풍의 실적 격차가 9000억 원을 넘어섰다. 또한 최대주주인 영풍은 고려아연 고배당 정책에 따라 대규모 배당 수익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최 회장 측은 국내외 굵직한 기업들과 사업제휴, 협력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2차 전치(배터리)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사업 등을 3대 성장 동력으로 설정한 ‘트로이카드라이브’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LG화학과 합작법인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그룹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분야 협력을 강화했다. 독자적으로 자원순환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 기업인 ‘이그니오’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해외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배터리 리사이클 관련 사업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가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