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특화 ‘챌린저 뱅크’ 검토”… 은행 과점체제 대수술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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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영업관행 개선 TF’ 출범
인가 세분화 ‘스몰 라이선스’ 추진
주주가 경영진 보수체계 감시도
6월 말까지 개선 방안 확정 계획

《정부, ‘챌린저 은행’ 신설 추진… 은행 과점체제 개선 나선다

과점 체제에서 과도한 이자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받는 국내 은행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챌린저 은행’으로 불리는 소규모 특화 은행 신설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또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감시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의 성과급은 적극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혁신과 경쟁을 유도해 은행의 ‘돈잔치’를 막고 금융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이려는 취지이지만, 이로 인해 실제 금융업계에 의미 있는 변화의 바람이 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과점(寡占)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이른바 ‘챌린저 은행’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특화 은행의 신규 허가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은행들의 성과급 ‘돈 잔치’ 논란과 관련해서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감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직원의 성과급을 적극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과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개선 방향을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문제를 지적한 가운데 출범한 이번 TF에서는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구도가 굳어진 금융권에 치열한 경쟁 구도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다.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이 미래를 위한 혁신과 변화보다 안전한 이자 수익에만 안주하는 보수적인 영업 행태 등을 전면 재점검하고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소규모 특화 은행 설립 추진
정부는 우선 은행업 인가 단위를 잘게 쪼개거나(스몰 라이선스) 인터넷 전문은행에 핀테크를 접목한 형태의 챌린저 은행 설립 방안을 검토한다. 영국 등 유럽에서 영역을 키우고 있는 챌린저 은행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과 비슷하지만 특정한 고객군을 위해 개인영업, 기업영업, 주택담보대출 같은 특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다르다.

또 금융업 인가를 기존보다 세분해 간편 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 특정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 신설을 추진한다. 가령 앞으로는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와 금융 서비스를 활용해 시중은행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금·대출 비교 추천 서비스를 활성화해 기존 은행들 간 금리 경쟁을 이끌어내고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업권이 은행과 경쟁하도록 하는 방안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점화된 대형 은행들이 서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 의지 자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 강화를 위해 최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경영진 보수의 주주 감시, 환수 장치도 마련
은행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과도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가계부채와 금리체계 개선 방안도 TF의 주요 검토 대상이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인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예대금리 차 공시제도 개편 등을 통해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서는 보수체계 개선에 나선다.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들이 심의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도입과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TF는 이 밖에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해 올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확정 짓고 보험, 카드, 증권 등 다른 금융업계에도 이를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이런 방안들이 기존 시중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할 정도로 금융권의 판을 뒤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과 경쟁이 어려운 상황인데 소규모 특화 은행들이 얼마나 ‘메기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소규모 특화#챌린저 뱅크#영업관행 개선 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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