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온라인서 뽑았다”… 대리점 갈 일 사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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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 온라인 판매 플랫폼 개발
한국지엠도 GMC ‘시에라’ 온라인 판매
비대면 기간 거치며 자동차 온라인 판매 확산

테슬라가 닻을 올린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최근 국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달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상반기(1~6월) 안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혼다코리아는 최근 딜러(중개사업자)의 명칭을 ‘큐레이터’로 정했다. 플랫폼을 통해 본계약 결제까지 이뤄져 앞으로 매장 딜러들의 역할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딜러들은 판매자가 아닌 신차 탁송과 제품 설명 등 서비스 제공자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테슬라의 국내 진출과 함께 닻을 올린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의 비대면 소비·결제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존 딜러 의존적 시스템을 바꿔 온라인 판매에 힘을 싣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온라인 판매를 실시하면서 ‘정가제’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투명하게 가격을 공개해 더 싼 가격에 차를 사기 위해 여러 딜러나 매장을 방문하며 발품을 파는 고객들의 노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딜러들과 조율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사진)는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따듯한 봄날 신형 CR-V를 출시하면서 이때부터 모든 라인업을 온라인에서만 판매한다”라고 선언했다. 뉴시스


지금까지 테슬라 이외에 전면 온라인 판매 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은 지난해 1월 폴스타2를 출시하며 국내에 진출한 전기차 업체 폴스타뿐이었다. 주로 전기차 신생 기업들을 중심으로 새 시장에 진출할 때 유통 과정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고, 매장 확보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방편으로 활용됐다.

폴스타만 해도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차량 주문을 하면 서울과 경기, 부산, 제주 등 전국 4곳의 스페이스(전시장)와 대전의 핸드오버 박스(차량 인도 공간)에서 신차를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오프라인 상담 과정을 건너뛴 이런 온라인 판매로 폴스타2는 지난해 테슬라 제품을 제외한 수입 전기차 차량 중 가장 많은 2794대(연간)를 판매했다.

할인 프로모션이 쏟아지던 5년 전 11월, 수입차를 구입하려고 매장 세네곳을 돌아다니며 진땀을 뺐다는 직장인 류모 씨(38). 류 씨는 다음 번 차량 구매때는 온라인을 활용할 계획이라는 류 씨는 “이제는 유튜브에 시승기가 넘쳐나고, 차량 기능에 대한 정보도 온라인 검색 몇 번으로 확인가능해져 굳이 현장에 들를 필요가 있을까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온라인 판매 활동
혼다코리아
모든 차종 대상 시승 예약, 계약, 결제, 잔금 등 모든 구매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플랫폼 상반기 내 출시 선언
한국지엠
2월 GMC 브랜드 출범, 매 모델 시에라 100% 온라인 판매 선언
르노코리아
‧2020년, 한정된 수량의 XM3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
‧2021년 8~12월까지 전 차종 한정 수량으로 온라인 판매(계약금 납부) 실시
벤츠코리아
‧2021년부터 딜러들이 매물을 직접 등록하는 플랫폼 ‘온라인 샵’ 운영.
‧소비자들은 계약금 온라인 결제한 뒤 원하는 딜러(대리점)와 본 계약 진행
BMW코리아
2019년 12월 ‘샵 온라인’ 개설. 월별로 온라인 전용 모델 판매.
고객은 계약금을 온라인으로 결제한 뒤 딜러와 본 계약 체결.
차량 번호판 등록 등 딜러들이 사후 처리 담당.
폴스타코리아
2022년 1월 폴스타2를 선보이며 한국 진출, 온라인으로만 판매
테슬라
2017년, 국내 진출 당시 자동차 업계 최초로 100% 온라인 판매 실시


한국지엠 또한 최근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브랜드인 GMC 출범과 함께 신차 시에라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시에라는 이달 7일부터 온라인 계약을 실시했는데 그 이틀 뒤에 첫 선적(미국발 한국행) 물량 100여 대가 모두 완판됐다. 온라인 판매 방식이 전통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1, 2위 수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는 온라인 계약과 대리점 본계약을 병행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그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2021년 9월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샵’을 개설한 벤츠코리아는 개설 초기 2.2%였던 온라인 신차 판매 비중을 지난해 5.6%로 끌어올렸다.

BMW코리아 또한 2019년 말 개설한 ‘샵 온라인’을 통해 지난해 6891대를 팔았다. 2021년 샵 온라인으로 판매한 차량은 5251대로 1년 사이 31.2%가 늘었다. 경영 컨설팅업체 KPMG가 지난달에 공개한 ‘글로벌 자동차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영진 915명 중 78%는 2030년까지 대부분의 차량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9월 캐스퍼 출시 당시 현대차 판매 노조는 ‘온라인 판매’ 방식에 거세게 반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다만, 이런 온라인 판매 방식의 확산에는 기존 딜러들의 반발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을 통해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또한 온라인으로만 판매되지만, 출시 전 “고용 안정성 떨어뜨릴 수 있다”라며 현대차 판매 노조의 거센 반발을 받은 바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대리점(직영 포함)은 각각 712, 670곳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운영 마진이 25%가 넘는 테슬라의 온라인 판매 방식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제조사가 늘고 있지만, 전통적인 딜러 체제를 완전히 뒤엎고 한순간에 온라인으로 대체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테슬라#온라인판매#혼다코리아#bmw#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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