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그로스 해커? 무궁무진해지는 스타트업 직무 세계 [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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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퍼블리카 제공.
비바리퍼블리카 제공.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혹시 ‘PO’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Project Owner’의 줄임말로 요즘 스타트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직무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오늘은 PO를 비롯해 스타트업 업계에 등장하고 있는 직무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혹시 추가로 궁금하거나 알리고 싶은 직무가 있다면 제 이메일(whatsup@donga.com)로 제보해주세요! 스타트업 직무 소개 2탄으로 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니 CEO, ‘PO’
‘PO’를 도입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꼽힙니다.

토스는 ‘애자일(Agile)’ 조직으로 운영이 되는데요. 기능을 중심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끼리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중심으로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데이터 전문가 등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한 팀이 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이때 각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끌어나갈 사람이 필요해지는데, 그 역할을 PO가 하는 것이죠. 토스 관계자는 “PO는 때로는 기획자, 때로는 개발자, 때로는 미니 CEO의 역할을 한다”며 “주로 팀의 목표와 전략을 짜고 실현될 수 있도록 리드하고 팀원들이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습니다.

PO는 탑다운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조직보다는 자율과 책임, 오너십이 주어져 바텀업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에 맞는 직무입니다. 요즘 PO를 도입하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많은데요. 업계에서는 재무팀, 디자인팀, 개발팀 등 기능별로 조직이 구성된 회사에서 PO를 도입할 경우, PO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들다고 하니 PO를 꿈꾸는 구직자분들은 조직의 형태도 잘 살펴보셔야할 듯 합니다.
●데이터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서비스 개선하는 ‘그로스 해커’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도 최근 늘어난 직무 중 하나입니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침입해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을 기업에 둔다고?’ 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십니다^^;

여기서 해커는 일종의 마케터 개념으로 이해하셔야 하는데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취향과 유입과정 등을 단계별로 분석해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의 행동을 해킹 수준으로 잘게 쪼개서 들여다본다는 맥락에서 ‘해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

그로스해커를 도입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마이리얼트립’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2018년 7월 ‘그로스팀’이라는 이름으로 데이터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그로스실’로 조직 규모가 더 커진 상태입니다.

사실 마이리얼트립 그로스실 인력은 데이터분석가와 마케터 등으로 이뤄져있고, 이들을 별도로 ‘그로스 해커’라고 칭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요. 외부에서는 ‘그로스 해킹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그로스실 직원들을 ‘그로스 해커’라고 칭하기도 한다네요. 이들은 마이리얼트립 예약 데이터와 이용자의 행동로그 등을 분석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방법을 찾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을 갖춘 회사는 많습니다. 대개 타 부서에서 ‘이러한 내용의 데이터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하면 이를 수행해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마이리얼트립 그로스실의 데이터 분석가들은 요청을 받아서 일을 하기 보다는 각 상품이나 서비스에 개입해 개선돼야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자와 개발자와 함께 일을 한다고 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이 그로스 해킹을 강화한 배경에는 ‘크로스 셀링’ 확대에 있습니다. 보통 여행 플랫폼에서는 고객들이 비행기 티켓만 사거나 숙소만 예약하고 서비스를 이탈해버리는데요. 마이리얼트립은 그로스 해킹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정비해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숙소, 투어상품, 여행자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마이리얼트립 플랫폼 안에서 모두 구매하도록 이끌어냅니다.

양승화 마이리얼트립 그로스실 실장은 “그로스 해킹은 서비스 운영을 통해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찾아나가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며 “그로스 해킹을 통해 실제로 특정 도시에서는 마이리얼트립에서의 교차구매율이 60%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고유 비즈니스에 특화된 직무 신설도
일부 스타트업은 사업의 방향에 따라 임원급에 새로운 명칭을 도입하기도 하는데요.
인플루언서 커머스 스타트업 ‘뷰티셀렉션’은 2년 전에 ‘CCO(Chief Commerce Officer·최고 커머스 책임자)’라는 직책을 도입했습니다. 인플루언서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커머스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뷰티셀렉션 관계자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고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섭외하는 것을 넘어, 제품 판매 전략을 세우고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인플루언서 커머스 마켓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기 위해 신설한 직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직무 세계, 취재하면 취재할수록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직무들이 생겨날지 기대되네요!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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