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2만원 코앞…‘1만원대 법칙’ 깨지고 지갑 사정 ‘팍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9일 17시 13분


코멘트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07.17. 뉴시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07.17. 뉴시스

#1. 김모 씨(42)는 새해 가족과 삽겹살집을 찾았다가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1인분에 1만6000원이란 가격은 그대로였는데 단위량이 기존 180g에서 150g으로 줄었다. 과거 1인분이던 200g를 기준으로 1인분에 2만 원이 족히 넘게 됐다. 그는 “1인분 양이 점점 줄며 3인 가족이 4인분 먹던 걸 5인분 시키니 찌개까지 7만 원 나오던 외식비가 8만 원 넘게 나온다“며 ”삼겹살은 더 이상 서민음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2. 영업사원 정모 씨(33)는 최근 미용실 예약을 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남성 커트비가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오른 것. 정 씨는 “머리가 짧아 3주에 한번 꼴로 잘라야 하는데 좀 더 싼 곳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며 생활 물가 각 분야에서 ‘1만 원대’ 법칙이 깨지고 있다. 삼겹살 1인분부터 컷트비까지 심리적 저항선인 1만 원 대를 뚫고 2만 원을 돌파하고 있다. 지난해 가공식품과 외식비가 주도했던 인플레이션이 올해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과 인건비 상승 파고를 타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식당 가격표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01.04. 뉴시스
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식당 가격표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01.04. 뉴시스

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판매된 김밥, 자장면, 칼국수, 냉면, 삼겹살, 삼계탕, 비빔밥, 김치찌개백반 등 8개 메뉴의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올랐다.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처음 1만9000원을 넘었다. 2017년 말부터 지난해 1월까지 4년 넘게 1만6000원선을 유지하다 1년새 2000원 이상 올랐다. 2020년 초 2400원이던 김밥 한줄은 3100원으로 28.7% 올랐고, 짜장면은 5100원에서 6500원으로 27.5% 뛰었다.

매월 고정 지출하는 개인서비스요금도 덩달아 올랐다. 미용실 컷트 평균 비용(2만1154원)은 1년 전(1만8077원)보다 3000원 넘게 올랐고 목욕료(8769원) 역시 1200원 이상 올라 1만 원에 육박하게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1~6월) 4.0%, 하반기(7~12월) 2.5%의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5.1%)보다 다소 꺾이겠지만 새해 한국은행 물가 상승목표치(2.0%)를 한참 웃돌아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연초부터 물가 인상 조짐이 심상치 않다. LG생활건강은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파는 치약, 샴푸, 세제 등 생필품 가격을 10~18% 올렸다. 저가 커피 브랜드 매머드 익스프레스도 1400원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원 올린다.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 밀가루, 시금치 가격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올랐고 난방비 상승으로 장미 등 생화 가격도 30~40% 뛴 가격에 팔리고 있다.

고물가와 대출금리 급등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서민 지갑 사정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자영업자 걱정도 커지고 있다. 각종 전기료와 난방비,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경비 부담이 늘며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씀씀이 긴축에 들어간만큼 가격을 무작정 올리기도 힘들다. 경기 고양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원두와 우유 가격이 각각 20%씩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손님이 줄까봐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보쌈집 사장은 “공짜로 리필하던 상추값을 올해부터 3000원씩 받기로 했다. 부추 미나리 등 채소 값은 계속 오르는데 술 손님은 줄어 걱정”이라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