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LG희망학교에 阿 첫 女야구팀 “내 번호 새겨진 유니폼 받던 날, 못잊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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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돕기위해 2016년 창단
“하반기 韓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프리카 최초 여자 야구팀인 ‘LG-KOICA 희망야구팀’ 소속 선수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프리카 최초 여자 야구팀인 ‘LG-KOICA 희망야구팀’ 소속 선수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외곽 ‘LG-한국국제협력단(KOICA) 희망학교’ 운동장. 미스라시(31)와 메리마(27), 키디스트(23)가 구슬땀을 흘리며 야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프리카 최초의 여자 야구팀인 ‘LG-KOICA 희망야구팀’ 소속이다.

이들이 처음 야구를 접한 건 희망학교에 다니면서다. 생활체육시설이 열악한 에티오피아에서 각종 장비를 갖춰야 하는 야구를 남성이 아닌 여성이 즐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여성들은 대체로 20대 초반에 가정을 꾸려 출산, 육아를 도맡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취미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희망학교 측은 2016년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여성 야구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창 시절 야구부 경험이 있는 LG전자 에티오피아 지점장이 주말마다 기본기를 가르쳤다. 키디스트는 “내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과 포수 장갑을 처음 받아든 날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이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메리마는 딸의 야구부 활동을 극구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는 데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 한국을 찾아 한국 사회인 여자 야구팀 ‘후라’와 친선경기를 벌인 때다. 여자 야구팀과의 경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1차전은 콜드 패. 경기 후 동료들과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희망야구팀의 목표는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열리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최소 4승을 거두는 것이다. 미스라시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여자들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디스아바바=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에티오피아#lg희망학교#아프리카 첫 女야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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