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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투자 철회-사업 축소” 대기업도 비상경영

입력 2022-10-01 03:00업데이트 2022-10-0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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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경영 위축
SK-한화 등 공장 설립-증설 보류… 美마이크론 “투자계획 30% 축소”
반도체 月생산 13년만에 최대폭 줄어… 尹 “秋부총리 경제팀 24시간 가동”
유례없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에 투자, 생산 등 기업 경영 활동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경제 상황 악화에 따라 경영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LG는 지난달 29일 3년 만에 오프라인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 역시 지난달 26일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SK는 이달 중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최악의 경기 침체 대비에 나서면서 투자 철회, 사업 축소 등 경영 계획 변경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주요 생산시설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잇달아 공시했다. ‘반도체 빙하기’를 맞닥뜨린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한 데 이어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도 올 하반기(7∼12월) 매출 전망을 4월 전망치보다 약 30% 낮추는 등 경영 시나리오를 재설정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내년 반도체 불황을 예상하며 투자 계획을 30%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애플도 신제품 아이폰14의 증산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날 주가가 4.9% 급락했다.

국내 산업 생산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국내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1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2월(―17.5%)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이 영향으로 전 산업 생산도 전월 대비 0.3% 감소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주요 대기업 경영진과 함께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삼성전자와 SK㈜,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재무 담당자가 참석하는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금리 인상과 시장 불안으로 실물경제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24시간 국내외 경제 상황 점검 체계를 가동해 한 치 빈틈도 없이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삼성, 반도체 매출 전망 30% 낮춰”… 정부, 기업 불러 ‘위기 점검’


대기업마저 비상 경영
8월 반도체 생산, 전월보다 14%↓… “3년전 반도체 겨울보다 재고 많아”
현대오일뱅크-한화 신증설 철회… 한진, 제주호텔 팔아 950억 확보
거시금융회의에 4대 그룹 등 참석… 尹 “정부 긴장감 갖고 적기에 조치”



글로벌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되자 국내 대기업들까지 투자 계획을 잠정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 세계 경기가 둔화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반도체 수출이 둔화된 데다 8월 생산마저 13년 8개월 만에 전월 대비 14.2% 감소하는 ‘역대급’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 반도체 ‘비상등’, 기업 투자 ‘보류’
반도체 수요가 줄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직원 간담회에서 하반기(7∼12월) 매출 전망을 상반기 전망치보다 30%가량 낮춰 잡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은 “내년에도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고 말했다.

쌓여 가는 재고도 골칫거리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말 DS 부문 재고자산 총액은 21조5079억 원으로 지난해 말(16조4551억 원)보다 30.7%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상반기 말 재고 자산이 11조8787억 원으로 지난해 말(8조9166억 원)보다 33.2% 늘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반도체 겨울’ 당시보다 더 많은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에 활력을 넣어 줄 투자도 줄줄이 보류되는 상황이다. HD현대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3600억 원 규모의 CDU(상압증류공정) 및 VDU(감압증류공정)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HD현대는 “투자 소요 비용의 상승 등으로 본투자 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향후 원자재 시장 전망에 대한 합리적 예측도 어렵다”고 투자 중단 이유를 밝혔다.

한화솔루션도 지난달 1600억 원 규모의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예상보다 원가가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산을 매각하고 회사채를 상환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진그룹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는 8월 제주KAL호텔을 950억 원에 처분했다.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에쓰오일과 SK하이닉스 등도 최근 회사채를 상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정부, 대기업 재무 담당자와 대책회의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가 잇달아 보류되고 국내외 경제 여건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정부부터 더욱 긴장감을 갖고 준비된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필요한 적기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는 윤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외에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전자, ING은행, KB증권 등 민간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거시경제학자 및 거시금융 전문가들이 주로 참석했던 1, 2차 회의와 달리 금융 변동성을 직접 체감하는 4대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참석한 점이 이목을 끌었다.

고환율로 인한 외화부채 이자 부담 확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 등으로 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빚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직접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민간 기업이 체감하는 현 경제 상황을 기업인들에게서 직접 들으려 한 것”이라며 “정부 당국의 조치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업 관계자들에게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와 금융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여러 차례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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