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e심’ 다운로드 받으면… 폰 하나에 번호 2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1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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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e심 시장 열려
듀얼심 통해 소비자 선택권 넓어질 전망
알뜰폰 업계, 신규 고객 유치 기대감
통신3사는 마케팅비 늘고 매출 영향 미칠까 걱정

뉴시스
다음달 스마트폰 1대로 전화번호 2개를 쓸 수 있는 e심(eSIM) 시장이 본격 문을 연다. e심은 사용자 식별을 위해 꼽는 유심(USIM) 물리칩과 달리 다운로드만으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식별장치다. 이제 통신사를 바꿀 때마다 유심칩을 일일이 갈아 끼울 필요가 없어지고 ‘듀얼심’(유심+e심)을 활용한 복수 요금제 설계가 가능해져 소비자 선택권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또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통신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업체들은 e심 도입에 맞춘 마케팅·프로모션 준비에 분주한 상황이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국내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e심 사용이 가능해진다. e심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듀얼심’ 활용이다. 스마트폰 하나에 유심과 e심을 함께 적용해 번호 2개를 쓸 수 있고 요금제도 각기 다른 통신사로 골라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업무폰과 개인폰을 나눠쓰던 소비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통신 3사 요금제와 알뜰폰 요금제를 혼용해서 쓸 수 있다. e심은 또 다운로드 비용이 2700원 수준이어서 기존 7700원인 유심 보다 가격이 3분의 1수준으로 저렴하다.

특히 알뜰폰 업체가 e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듀얼심을 쓸 경우 두 번째 번호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요금제 보다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에서 먼저 개통한 이후 세컨드 폰으로서 알뜰폰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업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의 이동통신 사업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수백억 원 규모의 자금 유치에 나서며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50만 명, 장기 1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까지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비대면 가입이 강점인 e심 특성과 맞물려 카카오톡 인증서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음악, 웹툰 등 부가 콘텐츠 서비스와도 연계하는 등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1100만 명으로 이 중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순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600만 명 수준이다. 대부분 통신 3사 자회사들이 과점하고 있지만 여기에 KB국민은행이 ‘리브엠(LivvM)’ 브랜드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최근 토스가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9월 중 선보일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경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통신 3사 내부적으로는 e심 도입이 탐탁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듀얼심을 쓰는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데이터 이용료가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 비중을 늘리면 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심으로 번호 이동이 활발해져 마케팅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또 개당 7700원인 유심 판매 매출이 e심 등장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돼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e심 등장에 따른 정확한 시장 변화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e심이 지원되는 기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도입 직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은 2018년 XS모델부터 e심이 지원되고, 삼성 갤럭시폰 국내 제품은 이번에 선보인 갤럭시 Z폴드4와 플립4부터 e심 사용이 가능하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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