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커지는 ‘영끌족’…“새 주담대 고정금리 받고 예금 만기 짧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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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25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직장인 김모 씨(30·여)는 4일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3.99%에서 연 4.12%로 3일 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1월 대출 상담을 할 땐 ‘연 3% 중반’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2월 실제 대출을 받았을 땐 연 3.99% 금리를 적용받았다. 3달 만에 금리가 연 4.12%로 오르면서 연간 이자 부담은 315만2100원에서 325만4800원으로 올랐다. 김 씨는 “앞으로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데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고, 6, 7월 연이은 빅스텝까지 예고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도 급격히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연 7%를 뚫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6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4.02∼6.59%다. 지난해 말 연 3.6∼4.978%보다 상단이 1.61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1.359%포인트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5%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0.22~0.268%포인트 상승했다. 직장인 박모 씨(37)는 어느 때보다 한미 통화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작년 2월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신용대출 1억 원을 연 2.94%에 받았다. 올해 2월 만기를 1년 연장하면서 금리가 연 3.99%로 올라 연간 이자가 105만 원 늘었다. 박 씨는 “벌써부터 내년 2월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 “미 기준금리 연말 3% 전망”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과 달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2∼5.078%로 작년 말과 비슷하다. 은행들이 우대금리 경쟁을 벌이고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오름폭이 0.17%포인트로 은행채 5년물보다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금리 역시 중장기적으로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이는 시중은행의 조달 비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금리 선물(先物)을 통해 연준의 통화 정책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 확률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달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것과 상반된다.

이를 반영해 미 시장은 현재 0.75~1.00%인 미 기준금리가 연말 3.00~3.25%까지 오를 확률을 43.2%로 보고 있다. 한달 만에 확률이 8.8%에서 5배로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향후 3회 안팎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고정금리 대출 받고 분할 투자해야
올해 1월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보다 6조4000억 원 증가한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21만9000원으로 32만2000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에 민감하다.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80.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는 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땐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 기조를 가져가라고 조언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만기가 2년 이상 남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낫다. 다만 대출을 갈아탈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돼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가산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정기예금에 가입할 땐 만기를 3개월, 6개월로 짧게 가져가 금리 상승 효과를 노려야 한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성장주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를 1~2년 장기로 분할 매수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한미 증시가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20%안팎 하락한 감안하면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시점보다 15~50%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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