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스런 딸’(휴대폰에 저장된 딸의 별칭)로부터 걸려온 납치 협박 전화. 순간 당황했지만 혹시나 싶어 딸에게 확인 전화를 한 뒤에야 보이스피싱 전화란 걸 알아챘다.
국제전화로 걸려온 전화더라도 휴대번호 8자리 숫자가 같으면 수신인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기록된 가족, 지인명이 자동으로 뜬다는 걸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전화가 걸려올 경우 무조건 ‘국제전화’임을 소비자 휴대폰 화면에 뜨게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국제전화가 걸려올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신종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의 가족이나 지인 전화번호를 몰래 탈취해, 국제전화일지라도 피해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와 마지막 8자리 숫자만 일치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 화면에 저장된 이름으로 뜨는 허점을 노린 수법이다.
가령 피해자가 ‘010-XXXX-XXXX’를 ‘엄마’라고 저장해놨다면, 해외에서 뒷자리 ‘XXXX-XXXX’라는 국제·인터넷 전화번호를 구해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엄마’라고 뜨게 해 속이는 식이다. 가족과 지인에 해코지하겠다는 협박에 당황한 나머지 피해자들은 폰에 뜬 번호는 보지않고 이름만 보고 속아 금전적 손해를 보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양정숙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사 혹은 수입유통사는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국제전화를 받을 경우, 수신인 스마트폰 화면에 이를 명확히 표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법안은 또 이동통신사들은 국외 발신 여부 뿐 아니라 해당국가가 어딘인지 안내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국제회선을 통해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대로 시행될 경우 모든 스마트폰에서 국제전화라는 안내와 함께 전화를 걸어온 번호도 모두 표시된다. 이에 발신된 국가를 쉽게 인지할 수 있어 가족 등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이 뜨더라도 수신자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양정숙 의원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무선전화번호가 2017년 240건에서 2021년 7,658건으로 32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에 쉽게 속고 있는데도 통신사나 단말기 제조사, 메신저 사업자가 예방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안내와 정보를 제공하고, 경찰 등 행정기관의 요구에 바로 응대해야 한다”라며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번호를 즉시 이용 정지하는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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