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인데 오히려 대출 금리 낮추는 은행들…왜?

  • 뉴스1
  • 입력 2022년 4월 10일 07시 21분


코멘트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2022.4.6/뉴스1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2022.4.6/뉴스1
은행권이 금리 상승기에도 앞다퉈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수기’인 1분기에 거의 영업을 못했다는 게 이유인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등을 추진하는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45%포인트(p) 내렸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난 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각각 최고 0.2%p, 0.3%p 인하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4일 중신용 대출 금리를 0.5%p 내렸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3%p, 0.4%p씩 두 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하나은행 역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건 흔한 광경은 아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인데, 준거금리는 대체로 시장금리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하한 이유를 적극적인 마케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올 1분기에 대출 영업을 거의 못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연초에 대출을 늘리고 연말로 갈수록 영업보다는 ‘관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7436억원(0.39%) 줄어든 703조1937억원으로 3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의 52.5%까지 늘리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를 우대해주는 ‘고정금리 행정지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은행들은 혼합형(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를 집중적으로 내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혼합형(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0.45%p 인하했는데, 변동형(0.15%p) 대비 인하폭이 더 컸다. 신한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중 고정금리(금융채 2년물)를 선택한 고객에 대해서만 대출금리를 0.25%p 깎아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분을 대출 금리에 바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낫다”면서도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내려 고정금리 선택 유인을 늘린 것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새 정부 눈치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은행권이 ‘폭리’를 취한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시행되기 전에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1.86%p로 전달보다 0.06%p 커졌다.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도 2.27%p로 전달보다 0.03%p 확대됐다. 2019년 6월 2.28%p 이후 가장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는 대출의 규모에 주목했지만, 새 정부는 대출 금리 수준을 주로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들도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적정 금리 수준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