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무산 위기…채권단·노조 반대이어 에디슨 잔금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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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27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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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뉴스1 © News1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뉴스1 © News1
쌍용자동차 매각 작업이 또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인수자인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잔금을 기한 내 납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에 이어 쌍용차 노조까지 에디슨모터스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자금조달 역할을 할 에디슨EV는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작업의 불투명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법원에 4월1일로 예정된 1차 관계인집회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 결국 쌍용차 매각의 공은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은 인수대금 잔금 납입 기한인 지난 25일까지 잔금 2743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에디슨모터스에 관계인 집회가 열리는 4월 1일의 5영업일 전까지 인수대금 전액을 납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305억원을 뺀 잔금 2743억원을 25일까지 납입했어야 했다.

관계인 집회란 회사의 정리 절차에서 채권자, 주주 등이 모여 정리절차에 관해 협의하고 결정하는 집회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가 잔금을 미납하면서 인수·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계약이 해지되면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가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추후 인수대금을 납입하며 인수 절차를 이어갈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를 연기해 인수 절차를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최근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을 통해 법원에 관계인집회 일정을 5월 중순 이후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아직 관계일집회 일정 변경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재판부가 일정 변경 사유 등에 대해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인수 후보 단계부터 적격 여부에 휩싸이며 각종 논란을 낳았던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한 과정 끝에 쌍용차와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지 무려 10개월 만에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단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상거래채권단과 노조의 강한 반발에 관계인집회의 개최 여부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내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시내 한 쌍용자동차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 News1
쌍용차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이 가장 먼저 반기를 들었다. 상거래 채권단은 지난 21일 서울회생법원에 탄원서와 344개 협력업체 가운데 258개 업체가 서명한 에디슨모터스 인수 반대 동의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능력과 사업계획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며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인수합병 추진을 법원에 요청한다”고 했다.

상거래채권단의 반대 이유는 1.75% 불과한 낮은 변제율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회생담보권(약 2320억원) 및 조세채권(약 558억원)은 관계 법령 및 청산가치 보장을 위해 전액 변제한다. 그러나 상거래 채권단이 들고 있는 회생채권(약 5470억원)에 대해선 1.75%만 현금 변제하고 나머지 98.25%는 출자전환한다.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단돈 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나섰으나 그 돈으로는 회생채권은 말할 것도 없고, 공익채권도 못 갚는 실정”이라고 비난했다.

쌍용차 노조도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반대’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23일 채권단과 같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회생단 외에 서울보증보험도 법원에 회생계획안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에디슨모터스와 4차례에 걸쳐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운영 자금 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했다며 “상거래 채권단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노조는 협력사와 의견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거래 채권단에 노조까지 ‘반기’를 들자 에디슨모터스는 우선 시간 벌기에 나섰다. 관계인집회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여럿 이슈들에 대해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상거래 채권단 등을 설득할 시간과 계획안 수정 등이 필요해 법원에 관계인집회 일정을 변경해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장 4월 1일 관계인집회가 열릴 경우 회생계획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회생계획안이 회생법원으로부터 최종 인가받기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상거래 채권단이 쌍용차의 회생 채권액 90% 이상을 보유한 만큼, 이들이 반대할 경우 회생계획안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만일 1차 관계인 집회가 부결되면 에디슨모터스 등은 2차 관계인 집회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원의 결정이 필수적이다. 법원 관계자는 “2차 관계인집회를 요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추가 집회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며 “추가 집회가 필요한 사유가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2차 관계인집회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단이 반대의사를 밝혀도 법원이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강제 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난 2009년에도 법원은 쌍용차 기업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자 강제 인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채권단과 노조가 이를 인식해 강제 인가 결정에 앞서 미리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만큼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로 인가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했다.

법원이 추가 관계인집회를 ‘불허’하면 회생계획안은 폐지되고 쌍용차의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법원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이 폐지되면 종전까지의 절차는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이라며 “쌍용차는 회생신청 전 단계로 돌아가 인수 후보자 자체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관계인집회에서부터 장애물을 만난 에디슨모터스는 자금조달 논란에도 휩싸였다. 자금 조달 역할을 할 예정이던 에디슨EV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주요 주체를 에디슨EV에서 의료기기제조 기업 ‘유앤아이’로 변경해 자금조달을 문제 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에디슨EV는 유앤아이의 최대 주주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에디슨EV를 통해 자금 조달을 준비했는데 돌발변수가 생겼다며 ”유앤아이를 통해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없다’는 에디슨모터스지만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매각이 결국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기 자금이 없는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주체로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며 ”상거래 채권단에 노조까지 반대한 상황에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에디슨모터스가 관련 절차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가운데, 결국 쌍용차 매각의 공은 새 정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새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현안을 위임받은 것으로, 마치 폭탄 돌리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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