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이젠 개발보다 활용이 중요한 시기 왔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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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한희 IBM 퀀텀컴퓨팅 연구원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만난 백한희 박사(IBM 퀀텀그룹 퀀텀컴퓨팅 연구원)가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영상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만난 백한희 박사(IBM 퀀텀그룹 퀀텀컴퓨팅 연구원)가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영상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이제는 ‘누가,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미국 보잉과 독일 다임러는 이미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연구에 나섰습니다. 한국에서도 화학이나 제약·바이오 영역뿐 아니라 배터리 산업 발전에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만난 백한희 IBM 퀀텀그룹 퀀텀컴퓨팅 연구원(47)은 양자컴퓨터의 높은 활용도를 거듭 강조했다.

백 연구원은 연세대에서 물리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유학해 메릴랜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서 초전도 소자를 연구하면서 이런 소자를 활용하는 장치를 만들어 써보겠다는 생각이 초전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양자컴퓨터 연구로 이어졌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예일대에서 양자컴퓨터의 핵심 원리를 연구하다 2014년 미국 IBM에 합류했다. IBM은 양자컴퓨터 부문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힌다.

백 연구원은 예일대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밟으며 양자컴퓨터가 연산작업을 하기 위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을 뜻하는 ‘코히어런스 타임’을 기존보다 크게 늘리는 연구에 성공했다. 이 연구는 양자컴퓨터 산업화의 가능성을 연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 연구원이 쓴 당시의 연구 논문은 현재까지 1000번 이상 인용됐고 백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물리학회(APS) 펠로로도 선정됐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슈퍼컴퓨터를 모든 측면에서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백 연구원은 “기존 컴퓨터에서 쓰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역할을 양자컴퓨터, 곧 양자처리장치(QPU)가 수행하는 개념”이라며 “저장장치는 물론이고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기존 컴퓨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존 컴퓨터의 CPU가 정보단위(비트) 하나에 0이나 1만 담을 수 있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bit) 하나에 0과 1을 동시에 담아 여러 연산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연산을 수행할 때 기존 컴퓨터가 가능한 ‘경우의 수’를 하나씩 따지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여러 경우의 수를 동시에 따질 수 있는 이유다.

백 연구원은 “보잉, 다임러, 엑손모빌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IBM과 함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자신들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작업에 나섰다”며 “이제는 누가 이 도구를 잘 활용하느냐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가혹한 환경에서 재료의 상호 작용을 탐색하는 작업과 항공기 설계에 양자컴퓨팅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배터리 내부의 화학반응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양자컴퓨터 범용화의 문을 연 IBM은 세계적 기업과 학술기관, 연구소 등 170여 개 회원사로 구성된 ‘IBM 퀀텀 네트워크’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성균관대, 연세대 등이 이 네트워크에 합류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양자컴퓨터#백한희#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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