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도 소금물에 풍덩… 현대위아 항공기 기어의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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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한 랜딩기어 제작사… 현대위아 창원공장에 가보니



지난달 21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현대위아 생산 1공장. 불꽃이 나고 있는 대형 가마솥(염욕로)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랜딩기어(landing gear) 구조물이 소형 크레인에 들려 올려지고 있었다. 꺼내진 랜딩기어 구조물을 다시 약 50도의 기름에 담갔다. 랜딩기어를 염욕로에 넣어 강도를 높이는 공정이었다.

랜딩기어는 수십, 수백 t의 항공기가 이착륙을 할 때 항공기에 가해지는 하중을 지지하고, 항공기 바퀴를 다는 구조물이다. 항공기 무게에 수직 및 수평 운동에너지까지 더해지다 보니 항공기 무게 2, 3배 이상의 하중이 랜딩기어에 실린다. 랜딩기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랜딩기어의 품질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성환 현대위아 책임매니저는 “염욕로에 랜딩기어를 넣는 공정이 현대위아의 제작 노하우다. 염욕로에는 소금을 끓여서 만든 특수한 소금물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소금과 물을 함께 끓이는 것이 아니라 초고온에서 고체 상태의 소금을 액체로 만든 것이다. 약 900도의 소금물에 랜딩기어를 담그면 강도와 품질이 크게 향상된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현대위아 창원공장 작업자가 약 900도의 소금물(염욕로)에 담가졌던 랜딩기어 구조물을 꺼내고 있다. 이는 랜딩기어 
강도를 높이는 열처리 기술로,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노하우다. 창원=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지난달 21일 현대위아 창원공장 작업자가 약 900도의 소금물(염욕로)에 담가졌던 랜딩기어 구조물을 꺼내고 있다. 이는 랜딩기어 강도를 높이는 열처리 기술로,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의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노하우다. 창원=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위아는 1988년 해군 링스기 착륙장치 개발을 시작으로 랜딩기어를 상용화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업체다. 이날 현장에서 본 랜딩기어는 한국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이자 고등훈련기인 T-50과 경전투기 FA-50의 전륜(앞바퀴)과 주륜(뒷바퀴)에 장착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투기의 랜딩기어도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한윤석 현대위아 책임연구원은 “T-50의 무게가 약 12t인데, 현대위아 랜딩기어는 전륜 7t, 양쪽 주륜은 총 34t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며 “랜딩기어 무게는 50∼130kg밖에 안 되지만 강도가 약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어서 강도를 높이는 기술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위아의 랜딩기어 부품들은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아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A320과 A340, A380 그리고 미국 보잉의 B787에도 장착되고 있다. 현대위아는 자동차 부품과 공작기계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방산 부문은 전체 매출의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산 전투기 개발과 항공기 부품 제조사 명맥을 이어가려 방산 부문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항공기 부품 산업은 2000년대 이후에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아웃소싱을 받기 시작했다. 2017년엔 항공기 부품 수출액이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넘어섰다. 특히 현대위아는 도심항공교통(UAM)과 개인항공기(PAV) 등 새롭게 열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항공 부품 생산 및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전기를 동력으로 랜딩기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UAM 전용 랜딩기어를 선보였다. 또한 민간 항공기도 엔진의 힘이 아닌 전기로 움직이도록 하는 전기 지상주행 장치 ‘이택싱(E-Taxiing)’을 개발하고 있다.

이 책임매니저는 “기술력과 품질만 갖추면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에 얼마든지 납품이 가능하다”며 “한국 부품들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창원=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위아#항공기 기어#생산#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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