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20개월만에 하락세…“완전히 얼어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7일 2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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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의 아파트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의 아파트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30평대(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25억 원에 팔렸다. 지난달 같은 면적이 25억7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새 7000만 원 내렸다. 지난해 10월(26억2000만 원)과 비교하면 1억 원 넘게 떨어졌지만 매수 문의가 거의 끊겼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 25억 원에 거래된 매물도 처음엔 26억 원에 나왔는데 너무 안 팔려서 1억 원을 낮춘 뒤에야 겨우 팔렸다”고 전했다.

#2.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는 최근 ‘거래 실종’ 상태다. 지난해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집중되면서 20평대(전용 49㎡) 가격이 7억2200만 원까지 치솟았던 단지다. 최근엔 가격을 7억 원으로 낮춘 매물이 나왔는데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다른 집 잔금을 치러야 해 급매물로 내놨는데 안 팔려서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약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대출규제로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진데다 글로벌 통화긴축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영향이 크다.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뀔 지도 미지수다.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 송파 상승세 멈추고 경기 ‘GTX 수혜지’ 하락
한국부동산원이 27일 발표한 1월 넷째 주(2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내리며 하락 전환했다. 지난주 0.01% 오르는 등 2020년 5월부터 매주 오르다가 처음 떨어진 것이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도 모두 지난주 0.01% 상승했다가 이번 주 보합(변동률 0%)으로 바뀌며 상승세가 멈췄다.

서울에서는 25개 구 중 11개 구가 하락했다. ‘강남 3구’ 중 송파구 변동률이 0%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를 멈췄다. 서초구와 강남구도 모두 0.01%로 사실상 상승세를 멈췄다. 강동구도 0.01% 내리며 하락 전환했다. 강북권 하락세가 강남권에 번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충 등으로 지난해 아파트값 오름세가 가팔랐던 경기 의왕(―0.03%), 안양(―0.10%), 의정부(―0.03%) 등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반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97건(27일 신고 기준)으로 전년 동월(7547건) 대비 85% 이상 감소했다. 12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실제로 5000채에 육박하는 대단지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에서 이달 매매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지난달만 해도 아파트를 빨리 팔거나 더 좋은 곳으로 갈아타려는 이들이 싸게 내놓은 매물이 일부 거래됐지만 이번 달엔 그마저도 없다”며 “대선 전까지 거래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세 시장도 약세다. 서울(0.01→0%)은 보합으로 돌아섰다. 지난주 0%였던 수도권은 하락(―0.02%)으로 바뀌었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집주인이 도배도 해주고 가격도 낮춰줘야 그나마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올해 하락 예상 나오지만 ‘착시효과’ 우려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미국발 금리 인상 등의 여파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대선까지 기다리겠다’는 심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동산 전문가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내용을 담은 ‘KDI 부동산시장 동향’에 따르면 응답자의 51.3%가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주택 매매가격 고점 인식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31.7%로 가장 많았고 금리 인상(28.5%), 금융 규제(19.3%) 등이 뒤를 이었다. 보합세를 예상한 이들도 전체의 18.3%였다.

다만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가 사실상 말라버린 상황에서 가격을 낮춘 소수의 급매물 거래가 통계에 잡히면 하락세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 상황은 고점이 어디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대선을 앞둔 만큼 급히 거래를 안 하려는 이들이 많은 ‘눈치 보기’ 상황”이라며 “대선 전후로 각종 개발 사업이나 정책이 나오면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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