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들이 던진 ‘LG엔솔’ 연기금 2조어치 줍줍…첫날 874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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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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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이 개최됐다. © 뉴스1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이 개최됐다. © 뉴스1
IPO ‘공룡’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상장 첫날,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미확약물량 중 287만8000주를 대거 순매도했다. 외국인 미확약물량은 이론적으로 상장 첫날부터 매도 가능하지만 실제로 상장 첫날부터 이정도의 대량 매물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이 모두 ‘비싼 값’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연기금은 총 399만8000주, 2조1062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평균 매수단가는 52만6869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외국인이 판 51만5586원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외국인, 상장 첫날 287만주 순매도…미확약물량 ‘던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엔솔은 공모가 30만원(액면가 500원)보다 68% 상승한 50만5000원으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LG엔솔의 상장 첫날 시가총액은 118조1700억원이다. SK하이닉스(82조6283억원)를 제치고 시총 2위로 직행했다.

LG엔솔은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시초가 60만원선을 형성하면서 ‘따상’ 기대감을 키웠으나, 개장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60만원 매도호가에 물량이 급격히 쌓이면서 59만7000원으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시초가는 상장날 8시30분부터 9시 사이 공모가의 90~200% 범위내에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상장 이후엔 매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최저 45만원선까지 하락했다. 외국인은 상장 직후 1시간동안에만 112만주를 던지며 LG엔솔의 장 초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는 287만8000주, 1조4978억원 규모다.

외국인의 평균 매도단가는 51만5586원 정도로 추정된다. 공모가 기준으로 주당 21만5586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순매도 물량으로 단순계산하면 총 6204억5651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날 외국인의 누적 매도물량은 956만2743주에 달한다. 외국 기관투자자가 LG엔솔 기관 수요예측에서 받은 물량은 총 1285만6250주로, 이중 937만7750주(72.9%)가 미확약물량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공모주 청약을 받을 수 없고 기관수요예측을 통해 받은 물량”이라면서 “이날 LG엔솔의 외국인 누적 매도물량이 956만주에 달했다는 것은 LG엔솔 기관수요예측에 참여한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미확약물량이 사실상 전량 매도됐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외국 기관투자자의 미확약물량은 의무보유기간이 없는 물량으로 이론상 상장 첫날부터 팔수 있다. 하지만 LG엔솔과 같이 시총 상위 종목으로 직행할 경우 공모펀드나 상장주식펀드(ETF), 기관 포트폴리오 등에 따른 패시브(간접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예상돼 첫날부터 매도하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1조원 규모 이상의 대어급 IPO 종목들도 외국인 미확약 물량이 7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상장 첫날 외국인의 매도량이 많지는 않았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시장 상황이 좋았고 IPO 대어들이 공모가보다 추가상승할 것이라는 기관의 기대가 높았지만 LG엔솔은 현재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초가는 기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곧바로 매도에 나선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연기금, 평단가 52.6만원에 400만주 매집…첫날부터 874억 손실

그런데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낸 곳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1월들어 1조5000억원 이상 코스피를 패대기치면서 ‘1월 하락장’을 주도했는데 이날 LG엔솔은 399만주, 2조1062억원 어치를 샀다. 평균 매수단가는 52만6869원으로 추정된다. LG엔솔의 첫날 종가가 50만5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하루에만 연기금은 주당 2만1869원, 총 874억3226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의 평균 매수단가가 외국인의 평균 매도단가보다 높다. 즉 외국인이 판 물량을 연기금이 비싸게 사준 형국”이라면서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차 등 우량주를 1월 내내 내팔면서 대형주 하락을 주도한 연기금이 이날 LG엔솔은 비싼 가격으로 대량매집한 행위를 보였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패턴”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엔솔은 8조864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코스피 거래규모 중 1위다. 2위 삼성전자의 거래대금이 1조5929억원 수준이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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