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의 초석’ 포스코 포항1고로…48년만에 불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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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9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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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3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한국 철강 역사의 산실이자 경제 발적의 초석이 됐던 포항 1고로(高爐, 용광로)가 반세기 만에 멈춰선다.

포스코는 29일 경북 포항제철소에서 1고로 종풍식을 열었다. 종풍(終風)이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을 일컫는다.

이날 행사에는 김학동 사장과 이시우 안전환경본부장, 양원준 경영지원본부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이덕락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 사장은 “1973년 6월9일 첫 출선 때, 당시 박태준 회장님께서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이하게 됐다니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을 격려했다.

포항제철소는 1970년 4월1일 착공돼 3년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한국은 고로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쇳물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이 단기간 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 한국경제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5868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 했고, 포항 1고로는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 받아 ‘민족 고로’ 또는 ‘경제 고로’라고 불려왔다.

또 한국철강협회는 국내 최초·최장수 고로로서 포항 1고로의 상징적 의미를 기념하며 첫 출선일인 6월9일을 ‘철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포항 1고로가 그동안 생산한 쇳물의 양은 총 5520만 톤에 이른다. 이는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대 생산 또는 인천대교 1623 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내용적 1660㎥의 소형 고로인 1고로는 최근에 준공되는 5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해 생산성이나 조업 안정성에 있어서 불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포스코는 다년간 축적된 제선 기술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계속 연장해 왔다.

1993년 2차 개수를 마지막으로 28년 10개월 동안 가동되며 1고로의 설비 수명은 한계에 도달했고 이날 마지막 출선을 끝으로 불을 끄게 됐다.

포스코는 향후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려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또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톤 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으로 연계 산업에서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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