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원두값, 커피 가격 오를까…동네카페는 “문 닫을 판”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0일 0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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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원이라도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문 닫을 판입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A씨(50대·남)의 말이다.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최근 커피 원두 가격이 크게 올라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1㎏당 2만원하던 원두 가격은 두어 달 전부터 2만3000~2만4000원선으로 올랐다. 원두 1㎏당 커피가 40잔 정도 나오기 때문에 가격 상승분(3000~4000원)을 고려하면 커피 한 잔당 가격을 최소 300~400원 가량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A씨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가게 유지가 안된다”며 “언제 올릴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원두 가격 상승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상승에 이어 우윳값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 여부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원두 가격마저 올라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큰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걱정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원두를 생산하는 밭을 소유한 업체들도 있고, 대량으로 원두를 미리 확보해두기 때문에 원두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커피 판매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마진도 높다고 덧붙였다.

커피 원두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세계 원두 생산 1~2위 국가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우 올해 한파와 가뭄으로 커피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가 커피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커피 농장에 노동자들을 투입하기 어려워졌고 수확을 한 원두를 이동시키는 물류 시스템도 마비돼 수출이 지난해 대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커피 선물 가격은 2012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선 80% 이상 올랐다. 이달 17일 미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파운드(454g) 당 2.326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뛴 가격이다.

그러나 원두 가격 급등에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및 식음료 업체는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스타벅스·이디야커피·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당장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경우 브라질, 베트남 등을 포함한 30여개 국가 현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커피 원두를 공급받고 있어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가 다른 기업 대비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커피 가격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보유해 놓은 원두 재고량이 있다”며 “당분간은 인상 예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도 가격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커피 원두가 세계적 흉작이라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며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도 커피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커피는 대중적 기호 식품으로, 코로나19 상황 속 소비자 체감도 등을 고려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8월 케이크 일부 품목에 한해 평균 4% 정도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큰 커피 대신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케이크 품목 가격 인상에 대해 “누적된 원가 압박과 가맹점 손익 개선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결정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민커피’로 불리는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를 생산하는 동서식품도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당장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원두를 선물로 구입해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원두 가격 인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원두 가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커피 업체 관계자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이상기후가 계속돼 커피 작황은 힘들 것”이라며 “원두 가격이 쉽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두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도 가격 인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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