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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앱 터치로 어디서나 닭강정-반찬 ‘찜’… “이젠 골목시장이 마당발”

입력 2021-11-17 03:00업데이트 2021-11-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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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디지털 전통시장]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는 전통시장의 시대는 끝났다. ‘총알배송’ ‘새벽배송’ 시대에 전통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시장이 낯설었던 젊은층도 이제 안방서 전통시장을 즐긴다.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전통시장의 변화를 소개한다.》





각 상점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모아 하루 3번 배송하는 배송센터. 하루 80∼100건을 배송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각 상점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모아 하루 3번 배송하는 배송센터. 하루 80∼100건을 배송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1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허브닭강정’ 이필남 사장(52)은 발이 땅에 붙어 있을 틈이 없었다. 직접 닭강정을 사가는 고객을 응대하는 틈틈이 온라인 주문 물량을 포장해 공동 배송센터로 보내야 한다. 가게에서 150m가량 떨어진 ‘동네시장 장보기’ 공동배송센터 바구니에는 1부터 100까지 번호가 적혀 있다. 고객별 주문 번호다. 바구니의 3분의 1가량에는 각종 반찬과 과일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센터에 모인 상품은 낮 12시, 오후 2시 반, 5시에 출고된다. 각 가정에서는 대개 2시간 이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강동구 넘어 성남까지 ‘온라인 날개’
1978년 문을 연 암사시장은 최근 상권을 강동구뿐 아니라 인접 구, 경기 성남시와 구리시 일대까지 넓혔다. 온라인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고객층의 유입도 늘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된 건 국내 전통시장 최초로 2019년 1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뒤부터다. ‘암사시장’을 검색해 들어가면 품목별로 상품을 골라 담을 수 있다. 16일 현재 3만8676명이 ‘찜하기’를 눌렀다. 가게 60여 곳이 이 서비스를 통해 올리는 매출은 월평균 1억 원. 최근엔 ‘빈손 장보기’ ‘놀러와요 시장’ 등 유사한 플랫폼도 입점해 장보기가 더 편리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데도 온라인 장보기의 역할이 컸다. 고객들이 북적이는 시장 방문을 꺼리게 되자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부터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둔 덕분에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2019년 하반기 1223건이었던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 건수는 2020년 상반기 4424건, 하반기 8193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9808건으로 하반기 1만 건 돌파가 예상된다.

허브닭강정은 암사시장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온라인 ‘핫플레이스’이다. 지난해 상반기 772건이었던 온라인 주문은 올 상반기 2456건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온라인 주문 매출만 월평균 200만 원가량이다. 이 사장은 “시장 주변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와 타격이 있었지만, 온라인 단골 고객들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보다 수수료가 30%가량 낮아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웃었다.





○ 온·오프라인 고객층 달라 고객감소 우려 씻어
이필남 허브닭강정 대표(왼쪽 사진)는 20년간 빵집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튀김옷 등 닭강정 맛을 차별화했다. 이 대표는 “젊은층
 입맛을 공략한 것이 온라인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운영사 ‘프레시멘토’가 네이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암사시장을 시작으로 148개 시장에 진출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이필남 허브닭강정 대표(왼쪽 사진)는 20년간 빵집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튀김옷 등 닭강정 맛을 차별화했다. 이 대표는 “젊은층 입맛을 공략한 것이 온라인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운영사 ‘프레시멘토’가 네이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암사시장을 시작으로 148개 시장에 진출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상인들이 처음부터 반겼던 것은 아니다. 입점 초기 참여 상점은 10여 곳에 불과했다. ‘온라인에 익숙해져 고객들이 안 오면 어떡하느냐’는 반대도 많았다. 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상인들에겐 시장의 활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자는 크게 겹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유입되는 고객은 기존에 배달앱이나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던 젊은층이 많았다.

반찬가게 ‘순수한찬’ 김영주 대표(45)도 이런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을 늘렸다. 기존에 매장을 찾던 중장년 주부 고객들이 며칠씩 먹을 반찬을 푸짐하게 사간다면, 온라인의 젊은 고객들은 하루 저녁 먹을 반찬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는 “1인 가구가 저녁 한 끼를 든든히 먹을 수 있게 반찬 3종 세트 등을 마련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현재는 온라인 주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암사시장 130여 개 상점 중 절반가량이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 참여하지 않는 가게는 품목 가격 변동이 심해 매일 온라인 가격 조정이 어려운 경우, 혼자 가게를 운영해 배송센터 전달이 어려운 영세 업체 등이다.

전통시장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족발가게를 운영하는 최병조 상인회장은 “과거 전통시장 지원이 시설 개선 등에 집중됐지만 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형마트, 유통업체 등과 경쟁하려면 온라인 판로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전국 전통시장 500곳 온라인 장보기 시스템 도입”
중기부-소진공, 상권분석 등 지원… “시장 특성 맞춰 온라인 역량 강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 지원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의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온라인 배송에 익숙하지 않은 상인들의 비대면 거래를 늘리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장이나 상점을 민간 전문가와 1 대 1로 연결해 상권 분석과 상품 개발을 돕는다.

소진공에 따르면 지난해 42곳, 올해 57곳 등 모두 99개 전통시장이 온라인 공간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사업 지원을 받은 이들 시장의 총매출은 10억3600만 원이다. 2025년까지 전국 500개 시장에 온라인 장보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수십 년 동안 동네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해 온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온라인 배송 진출은 가게 하나를 더 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온라인 판로가 지속 가능하려면 철저한 상권 분석과 온라인 배송에 맞는 상품 개발, 포장 방식 개선이 필수다.

시장에 직접 가지 않고 물건을 골라야 하는 만큼 상품 사진 촬영 등 작은 것 하나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컨설팅을 통해 이런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온라인 배송의 장점은 상권이 넓어진다는 데 있다. 입소문을 타면 전국적 인지도를 얻을 수도 있다.

지방 전통시장들은 지역 특산물을 싼 가격에 구입하고 싶어 하는 수도권 주민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전국 배송’ 컨설팅은 전국 배송에 적합한 상품을 발굴하고 온·오프라인 홍보 전략도 컨설팅 해준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시장 특성에 맞게 온라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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