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올린다고 물가 잡나…한은 내부서도 신경전

뉴시스 입력 2021-11-09 10:53수정 2021-11-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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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물가나 가계부채를 잡을 수 없다고 지적한 가운데 한은 내부에서 조차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KDI는 ‘2021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에서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물가 상승률과 부채 증가율을 하락시키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최대 0.1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저부채 국면(-0.08%포인트)보다 금리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2배 정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물가 상승률은 중장기적 기대 인플레이션에 더 연동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기 때문에 통화 당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이 위험 자산 선호를 낮추는 경로로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자산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금리 이외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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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적은 한은의 분석과는 대조를 이룬다. 한은은 지난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폭 둔화된다는 내용의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1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포인트, 가계부채 증가율은 0.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 비용이 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위험 추구 성향이 낮아져 대출을 줄일 수 있고 유동성도 줄어 물가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장률은 0.1%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봐 두 기관 모두 금리 인상시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데 같은 입장을 펼쳤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800조를 돌파하는 등 현재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한은 역시 보고서에서 “실물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가계부채 누증이 심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 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영향이 과거 평균치보다 낮고 금융불균형 완화 정도는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금리인상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지난달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도 최근의 물가상승이나 가계부채 문제를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결하는 데에 회의적인 입장이 나왔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의 한 금통위원은 “조사국의 전망대로 올해 4% 성장이 실현되고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더라도 이를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GDP 또는 GDP갭과 같은 총량지표만 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다거나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긴축 전환을 서두르면 경제회복의 탄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에너지가격의 상승 및 공급망 교란에 의한 글로벌 경기의 하방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각계에서 한국경제 특유의 금융불균형 누증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부동산정책으로 대응해야 하고, 가계부채의 안정은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도성향의 위원은 아직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펼쳤다. 이 위원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근원 인플레이션율,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물가안정 목표를 상회했던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이전 사례들의 수준과 추이를 고려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기준금리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정책수단이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다른 정책수단이나 다른 정책수단과 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이미 이 부문에 대한 우려로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현 시점에서는 금리인상 효과와 다른 대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추가적인 대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물가 상승은 수요측 보다는 공급측면에서 발생한 게 큰데 물가 인상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이 발생할 조짐이 있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켜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와 같은 공급측면 물가상승의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유류세 인하와 같은 정부의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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