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스타항공 근로자, 체불임금 반납키로…자발적 고통 분담 나서

변종국기자 입력 2021-10-26 16:14수정 2021-10-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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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체불된 급여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인수자 측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나선 것이다.

26일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공식 근로자 협의체인 근로자연대는 올해 6월 1일부터 재운항을 위한 운항 면허(AOC) 발급 재취득일까지 발생하는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차수당을 포함한 각종 수당도 반납할 계획이다.

근로자연대 측에 따르면 이번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졌고, 근로자가 원하지 않으면 임금 반납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2월~올해 6월 1일 이전까지 받지 못한 임금은 이스타항공의 최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성정이 낼 인수 대금으로 변제가 된다.

지난해부터 운항이 중단된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로부터 AOC를 새로 발급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회생 인가 결정이 난 뒤에 AOC 재발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 올해 안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약 480명으로 이들의 월 인건비는 약 15억 원 수준이다. 내년 4월에 AOC가 재발급되고 임직원들 모두가 동의을 한다고 가정하면 ㈜성정은 약 130 억 원 이상의 운영 자금 부담을 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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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이스타항공 근로자연대 공동대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임금 반납 밖에 없었다. 회사가 살아남지 못하면 직장도 없어지고 밀린 임금도 못 받는다. 인수자 부담도 덜어주고 회생을 완주할 수 있도록 이번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번 희생 외에 추가 임금 삭감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11월 12일 채권자들로부터 채권 변제 동의를 받는 자리인 관계인 집회에 맞춰 채권자로부터 변제 동의를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1600억 원의 회생채권 중 약 58억 원만 변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변제율로는 약 3.6%다. ㈜성정이 납입할 인수대금은 대부분 미지급된 급여와 퇴직금 정산 등에 쓰일 예정이라 항공기 리스 비용 등 다른 빚을 갚을 여력이 크지 않다. 서울회생법원은 이스타항공 채권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변제율에 동의하면 회생을 정식 인가한다.

일부 리스사들이 낮은 변제율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 변제율이 과거 항공 및 해운업계의 변제 전례를 비춰볼 때 낮은 게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9년 파산한 인도 제트에어웨이의 변제율은 1%였고, 콜롬비아 아비앙카 항공도 파산 신청 당시 변제율이 1% 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대한해운의 변제율은 3.7%였다. 항공사와 해운사는 항공기, 배를 대부분 10~20년에 걸쳐 장기 리스를 한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리스 시간에 따른 비용이 모두 부채로 잡혀 채권 규모가 늘어나고 변제율이 낮아진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협상이 잘 안돼서 파산으로 가면 항공사와 채권자 모두에게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채권자들을 최대한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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