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건축비 손못댄 ‘분양가 반쪽 개선’… 공급난 해소엔 역부족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9-16 03:00수정 2021-09-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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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국토부, 분양가 규제 일부 개편
분양가 규제 완화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분양 시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둔촌주공이 철거된 모습. 뉴스1
정부가 15일 내놓은 ‘공급 확대를 위한 현장애로 개선방안’은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소폭 조정하는 반면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주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정부가 분양가 상승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공급 확대의 우회로를 택했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까지 분양가 규제로 민간 공급이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커 ‘로또 분양’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의 수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분양가 규제 일부 조정, 공급난 해소에는 미흡


분양가 규제는 분양가상한제(분상제)와 고분양가 심사제 등 2가지가 대표적이다.

분상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를 더해 분양가를 시세의 70∼80% 정도로 묶어놓기 위한 제도다. 문제는 지자체가 심의하는 가산비의 경우 인정 범위가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똑같은 공사비도 지자체에 따라 인정 비율이 50∼87%로 차이 났다. 국토부는 이달 내 분상제 심의 기준을 매뉴얼로 만들어 일선 지자체에 배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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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산비는 전체 분양가의 10∼15%를 차지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산비를 더 인정받는다고 해도 많아야 평당 수십만 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감정평가를 거친 택지비를 한국부동산원 검증 과정에서 깎는 경우가 많다. 분양가에서 가장 비중이 가장 큰 택지비를 현실에 맞게 인정해야 민간 공급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HUG는 고분양가 심사 시에는 △최근 분양하거나 준공한 단지 분양가 △인근 시세 △해당 시군구의 최근 1년 이내 평균 분양가를 토대로 분양가를 정한다. 하지만 최근 분양하거나 준공한 단지가 없는 지역에서 오래전에 지어 신축보다 가격이 낮은 아파트 시세가 기준이 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개선안은 분양을 신청한 단지 가구 수와 시공능력 등이 유사한 단지 위주로 심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다음 달 발표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대도시의 분양가는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HUG의 고분양가 심사가 아니라 분상제를 적용받는 만큼 가장 공급난이 심한 이들 지역의 공급 확대 효과는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분양을 준비하는 단지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부 눈치 보면서 분양가를 제멋대로 산정해 왔는데, 이번에 기준만 찔끔 바꾼다고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라며 “굳이 분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은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게 아니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가 높아지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등 부작용도 있는 만큼 정부도 분양가 규제를 선뜻 풀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서야 임대차법 부작용 인정한 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임대차 시장에서) 갱신요구권 도입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간 격차가 확인돼 시장점검 및 보완대응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시장전문가, 연구기관과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임대차법에 대해 자화자찬성 발언을 했던 기존 발언과 달리 임대차법 시행의 부작용을 뒤늦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전월세 시장이 여전히 혼란스러운데도 연말에 전월세 대책을 내놓겠다는 시각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홍 부총리가 이날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간 격차가 크다는 점을 언급한 걸 두고 정부가 갱신계약뿐 아니라 신규계약 가격까지 통제하려 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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