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급등 쇼크… 국내 증시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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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장중 2%대 하락 年최저 찍어
코스닥도 900 붕괴… 개미들 불안

9일 코스피가 19.99포인트(0.67%) 내린 2,976.12에 마감하며 나흘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896.36에 마감해
 900 선을 내줬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9일 코스피가 19.99포인트(0.67%) 내린 2,976.12에 마감하며 나흘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896.36에 마감해 900 선을 내줬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코스피가 장중에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4거래일 연속 뒷걸음쳤다. 코스닥지수는 석 달여 만에 900 선이 무너졌다. 국채 금리 급등이 촉발한 ‘금리 발작’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99포인트(0.67%) 내린 2,976.12에 마감했다. 장중 2% 넘게 떨어져 1월 이후 가장 낮은 2,929.36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였다. 코스피는 4일부터 연일 하락해 나흘간 106.87포인트가 빠졌고 이틀째 3,000 선을 밑돌았다. 코스닥지수도 896.36으로 0.93% 내려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처음으로 900 선이 붕괴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1140.3원에 마감하며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세를 가속화했다.

증시 하락은 전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60%로 마감한 영향이 컸다. 미 국채 금리는 올 들어서만 0.67%포인트 올랐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006%포인트 오른 연 2.034%에 장을 마쳤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신지환 기자

치솟는 美국채 금리에 기술주-성장주 타격… 코스닥 900 무너져

美국채 금리 쇼크에 증시 출렁

최근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에 쏠려 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이 촉발한 ‘금리 발작’으로 국내외 증시가 연일 크게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에도 미 국채 금리 급등 여파에 코스피는 장중 2,900 선을 위협받았고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상승) 우려가 촉발한 금리 상승세에 ‘미래 가치’로 주가가 크게 뛰었던 기술주, 성장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금리 상승세가 계속되면 주식 등 자산 가격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금리 상승에 흔들리는 성장주

9일 코스피 약세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3위인 LG화학은 3.26% 급락한 86만1000원에 마감했고 카카오(―2.86%) 삼성SDI(―2.15%) 네이버(―1.90%) 삼성바이오로직스(―1.29%) 등도 줄줄이 내렸다. 기술주가 몰린 코스닥지수(896.36)는 3개월여 만에 900 선이 무너졌다. 반면 금리 상승기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지주 종목들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증시에서도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1% 하락했다. 테슬라는 5.8% 급락해 500달러대 중반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한 달간 테슬라는 30% 이상 폭락했다. 애플도 4.2% 하락해 최근 3개월 새 최저치로 떨어졌고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4.0%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는 1월 한 달간 95억5000만 달러(약 10조8700억 원) 늘어 증가 폭이 사상 최대였다. 한은은 “해외주식 투자의 절반 이상이 개인의 투자였다”며 “위험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채권과 위험자산인 주식의 기대 수익률 차이가 줄어들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는 미래에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전 세계 증시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던 부분을 줄여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미국 금리 향방을 가늠할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가파른 상승 속도에 불안감 커져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부양책,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런던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201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7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도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일 1140.3원까지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16.8원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자체보다 가파른 상승 속도를 더 우려하고 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국채 금리가 2%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 증시도 2, 3개월 정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은은 전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년 만에 2%를 넘어서자 이날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 2조 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06%포인트 상승한 연 2.034%에 장을 마쳤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위험 기피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이나 신흥국 외자 유출 등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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