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反공매도 세력 결집…“셀트리온·에이치엘비 지켜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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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동학개미는 약하지만 우리가 ‘K스트리트베츠(Kstreetbets)’에서 뭉치기만 한다면 공매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소매업체 게임스톱에서 촉발된 개미와 기관투자가 간의 ‘공매도 전쟁’ 여파가 한국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1일 성명을 내고 “공매도에 대항한 게임스톱 주주들의 방식을 따라 국내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세력에 맞선 미국 개인들의 집결지가 된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를 본떠 ‘K스트리트베츠’도 만들었다.

한투연은 이날 대표적인 공매도 피해 기업으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지목했다. 두 기업은 과거 주가는 오를 때마다 공매도 이슈가 불거지며 하락한 전례가 있어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공매도 종목’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은 각각 2조1464억 원, 3138억 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1위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중도 각각 4.83%, 6.57%로 높은 편이다.

셀트리온은 이날 4만7000원(14.51%) 급등한 37만1000원에 마감됐다. 셀트리온 거래량은 전 거래일보다 5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주력 품목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램시마SC)가 캐나다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반공매도 세력 집결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7~9%대 상승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셀트리온 상승 폭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에이치엘비 주가도 7.22% 상승했다.

월스트리트베츠에 참여한 미국 개미들이 게임스톱 등에 이른 차기 매수 대상으로 은을 지목하면서 국제 은 가격도 급등했다. 이들은 토론방에서 “메이저 은행들이 금과 은을 독점하면서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은 선물가격은 1일 오후 4시 40분 현재 9%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은 관련 상품의 주가도 치솟았다. 은 선물 가격을 2배로 따르는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20.76% 급등했다.

하지만 개미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특정 종목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일종의 시세 조종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전문가는 “실적과 괴리돼 급등한 주가는 제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매수에 뛰어들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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