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수입차·국산차 모두 판매 늘어난 이유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4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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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올 한해 국내 자동차 판매의 흐름을 가볍게 짚어볼까 합니다.

이제 한 달 반 밖에 안 남은 2020년은, 말 그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전 세계를 덮친 한 해였는데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역시 생산과 판매 양쪽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국내 시장은 이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지난해보다 판매가 뚜렷하게 늘어난 상황인데요.

세계적인 수준의 방역 인프라와 모범적인 시민의식을 통해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내수 경제 전반이 입은 피해가 해외에 비해서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위축된 것만은 분명한 한 해이기도 한데요.

어떤 요인들이 자동차 판매를 늘렸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국내 자동차 시장이 가진 특징을 알아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령, “자동차 수요 최대의 적은 ‘해외여행’이었다”는 분석 등입니다.

왜 올해 국내에서 자동차 판매가 늘었는지,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를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래차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현대차 노조를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기차 시대 만난 실리파 노조… 현대차 노조가 변화하는 이유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1107/103845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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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수입차·국산차 모두 성장한 국내 시장
수입차는 14.2%, 국산차는 6.9%. 감소가 아니라 증가였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1~9월 국산차의 내수 판매는 약 120만 대, 1~10월 수입차의 국내 판매는 약 21만6000대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약 112만 대, 18만 9000대씩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판매가 늘어난 것인데요.

올 5월 경기 평택항 기아자동차 전용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 5월 경기 평택항 기아자동차 전용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연간 9000만 대를 넘나들었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올해 7000만 대 전후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 속에 유럽·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생산 차질과 판매 급감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의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지만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선전을 넘어서 오히려 시장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 증가폭 가장 컸던 6월… “개별소비세 인하가 큰 몫”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는데 어떻게 해서 판매를 늘렸을까…

이유를 완전하게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차, 왜 사십니까?”라고 묻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추정은 해볼 수 있을 텐데요.

가장 분명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의 세제 혜택입니다.
올해 2만 대가 훌쩍 넘게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올해 2만 대가 훌쩍 넘게 팔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올해 월별 차량 판매 통계를 보면 단연 눈에 띄는 달이 6월입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수입차 41.1%, 국산차 41.0%. 모두 40% 이상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6월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정부가 자동차를 살 때 내야하는 세금인 ‘개별소비세(개소세)’를 70% 인하했던 마지막 달이 바로 6월이었습니다.

100만 원이라는 인하 한도가 있긴 했지만 원래 차량 출고가의 5%로 매겨지는 개소세를 1.5%(5%를 기준으로 70% 인하)로 낮춰준 것이 완성차 수요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음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올해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는 7월부터는 1.5%보다는 높지만 그래도 기존보다는 낮은 3.5%의 개소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7월 이후에도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조만간 살 차라면, 이왕이면 세금 덜 낼 때 사자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는 개소세 인하로 차량 판매가 늘면서 2조 6178억 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개소세 인하 폭과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대규모 실직 피한 국내 경제, 고가 수입차는 더 성장

세금만 깎아준다고 차를 많이 팔 수 있느냐… 당연히 그건 아니겠습니다.

주요한 거시경제 지표들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경제활동인구가 겪은 어려움은 해외의 그것에 비해서는 작았다는 점이 차량 판매가 늘어날 수 있었던 근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습니다.

세금을 아예 한 푼도 안 받겠다고 해도 국민들이 차를 살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 되면 차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자동차가 지난해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결과를 통해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 자영업자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내산업 전반이 대규모 실직과 같은 위기를 경험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코로나19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막아낸 혹은 버텨낸 결과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수입차의 판매 흐름에서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도 한번 얘기해 볼만 한데요.

포르쉐 ‘카이엔 쿠페’. 포르쉐코리아 제공
포르쉐 ‘카이엔 쿠페’. 포르쉐코리아 제공


지난해 1~10월에 국내에서 3500대 가량을 팔았던 포르쉐는 올해 이 기간에는 6500대를 넘게 팔았습니다. 거의 2배로 성장한 셈입니다.

포르쉐 브랜드 차량의 대당 평균 가격을 1억 원으로 잡으면 포르쉐의 국내 매출이 3000억 원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BMW 37%, 아우디 180%…

지난해 워낙 많이 팔았던 메르세데스벤츠는 판매량이 소폭 줄었지만 다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차량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판매를 크게 늘렸습니다.

제법 비싼 차를 살만한 분들의 지갑은, 올해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벼워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일 수 있겠습니다.

●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다니면서 수요 증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차를 살만한 사람들이 체감한 경기는 심각하게 악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통해 주요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지탱하려고 노력했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정도의 큰 요인들이 나왔는데요.

지갑에 돈이 있고 세금까지 깎아줘도 고객들이 차를 살 이유가 없으면 판매가 늘어나기 힘듭니다.

자동차에 대한 ‘니즈’, ‘수요’ 자체는 왜 늘었을까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이 변화한 점과 자동차 판매를 연관지어봐야 할 텐데요.

이 점은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볼만 합니다.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제공

해외여행 수요가 자동차 판매로 연결됐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눈에 띕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이 일상처럼 자리 잡았던 상황. 하지만 이제 신혼여행마저 해외로 나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해외여행에 쓰던 돈은 굳은 상황인데 모든 사람들이 1년 내내 집안에 웅크리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장기화되고 어느 정도는 통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면서 국내여행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내여행은 제주도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가를 즐길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여기에 캠핑이나 차박 같은 트렌드에도 불이 붙으면서 가족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의 수요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주말에 가족들과 나들이라도 자유롭게 다니려면 아무래도 자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종종 장거리 여행을 떠나려면 좀 더 크고 안전하면서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첨단기능까지 갖춘 차들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올해 늘어난 자동차 수요에는 이 밖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주요 모델의 신차 출시가 많았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원래 팔릴 만한 새 차’가 많았다는 주장이겠지요.

● 글로벌 자동차 시장 조금씩 살아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도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증가(+2.0%)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눌려 있던 자동차 수요로 인해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확산 양상을 보면 만만치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어찌됐건 국내에서 주요 산업 중 하나이고 워낙 많은 고용과 연관된 자동차 산업이 올해 국내에서라도 버텨준 것은 참 다행한 일일 수 있습니다.

차가 꾸준히 팔려야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부품사와 판매·정비 등 다양한 연관 산업의 바퀴가 구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연장된 개별소비세 30%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벌써 들립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소식까지 전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외의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금으로서는 점치기 쉽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한국 자동차 업계가 상당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었던 올 한 해를 국내 소비자들 덕택에 버텨내는 것을 보면서, 탄탄한 내수 시장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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