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취준생에게 IT전문능력까지 요구하나” “금융업계 큰 흐름… 디지털 알아야 업무수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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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파격적 공채 전형 논란
디지털 프로젝트 경험 제출 요구… 지원자 반발에 절차 일시 중단
디지털 금융시대 ‘눈높이 미스매칭’

22일부터 하반기(7∼12월) 신입 행원 공개채용을 시작한 KB국민은행이 디지털 역량 평가를 대폭 강화한 공고를 냈다가 지원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채용 절차를 일시 중단하고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금융 현장이 급속히 디지털화하면서 인력 선발 과정과 수급에 ‘미스매칭’이 발생한 사례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22일 오후 10시경 올해 200명 규모로 뽑는 신입 행원 채용 일정을 공개했다. 채용 절차는 지난해처럼 서류, 필기, 면접 전형으로 구성했지만 서류전형 단계부터 디지털 역량을 평가하는 대목이 대폭 강화된 점이 달랐다.

‘일반 행원(UB)’ 지원자도 자기소개서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클라우드, 디지털 마케팅, 오픈뱅킹, P2P(개인 간 거래), 기타 디지털 분야 중 1가지 이상을 학습했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또 디지털 사전과제로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보다 더 중요하게 논의가 필요한 서비스 1개를 선정해 3∼5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여기에다 지원서 제출 후 정보기술(IT) 실행 능력 시험인 ‘topcit’의 온라인 교육과정을 총 24시간 이수해야 했다. 일반 행원 서류전형에서 topcit가 등장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예년 수준의 채용 절차를 예상했던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서 “문과 지원자들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라는 이야기” “IT직군을 뽑나” “아이디어만 채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국민은행은 취업 준비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채용 공고를 낸 지 17시간 만인 23일 오후 3시경 채용 홈페이지 운용을 중단했다. 디지털 사전과제를 필기 전형 이후 합격자들만 제출하도록 변경하고 제출 시한도 늦췄다. topcit 연수 과정도 필기시험에 합격한 1차 면접 대상자로 제한했다.

은행이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 채용은 현재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불고 있는 디지털 강화 전략에 따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반 영업직군이라고 해도 은행에서 나오는 앱이나 디지털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을 모아 채용 절차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회계·재무 지식만 빠삭한 인재보다 디지털 능력까지 겸비한 금융인재들의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kb국민은행#디지털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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