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 월세로 내몰리는데…김현미 “전셋값 곧 안정될것” 발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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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뉴스1 자료사진)© News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뉴스1 자료사진)© News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세시장 불안 현상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슬기롭게 마음을 모아 극복해 나가면 몇 개월 후 전세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임대차 2법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하느라 당장 전셋집을 못 구한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로 내몰리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했다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 “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4, 5개월 정도 임대 가격이 상승하는 등 시장 혼란이 있었다”며 이같이 답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상승세로 전환된 뒤 1년 1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7월 31일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직후에는 주간 상승률로는 올해 최대인 0.17%나 올랐다. 이후 상승폭이 줄긴 했으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김 장관은 전세 물량과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울 전세 거래량이 줄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숫자”라고 해명했다. 국토부가 잠정 집계한 올해 6~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지난 5년(2015~2019년) 평균치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차 2법 시행 이후인 올해 8월 거래량(6093건)만 따지면 지난해 8월(1만474건)의 약 60% 수준에 그쳤다.

이어 김 장관은 “거래량이 줄어든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라며 “계약갱신청구권제(계약갱신요구권제)가 도입되면 집을 내놓는 사람도, 이사하는 사람도 절대량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정책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이 전셋집을 못 구해 발을 구르는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이나 사과의 뜻을 표하기는커녕 ‘당연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간에서는 당장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이모 씨(35)는 지난주 휴가까지 냈지만 서울 전셋집 찾기에 실패했다. 출퇴근이 편리하고 상태가 좋은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그나마 있는 매물은 너무 비쌌다. 이 씨는 “지금 사는 오피스텔 계약 만료에 맞춰 결혼 날짜를 잡아 계속 살 수도 없다”며 “빌라로 눈을 낮춰야 할지 고민”이라고 답답해했다. 서울 소재 공인중개사들도 “아파트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 소재 한 공인중개사는 “가족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내고 전입신고만 하고 실제로는 집을 비워두겠다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달 22일 77건이던 전세 물량이 이달 11일 31건으로 급감했다. 허위 매물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지난달 21일 시행된 만큼 허위 매물은 거의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입자 입장에선 2년 더 사는 것보다, 2년만 살다 쫓겨나도 비슷한 가격대에 다른 전셋집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정부가 핵심을 놓친 것 같다”며 “근거도 대지 않고 몇 개월 후 전세 시장이 안정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대량 정리해고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의 창업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처신 논란에 대해 “(인수합병 무산 전에) 이 의원을 두 번 만나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이스타항공의 지배구조 문제라든가, 인수합병 결정 후 처신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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