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거품 꺼지나… “테슬라는 사상 최대의 종이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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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편입실패-유상증자 악재
테슬라 21%급락… 상장이후 최대폭
단기과열 논란 애플 등 빅6
시총 3거래일 만에 1조달러 증발… 나스닥지수도 10%넘게 빠져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근처에서 상승장을 상징하는 황소상을 마스크를 쓴 행인이 바라보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근처에서 상승장을 상징하는 황소상을 마스크를 쓴 행인이 바라보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술주 대표 주자인 테슬라 주가가 8일(현지 시간) 상장 이후 최대인 21.1% 급락하며 ‘기술주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스닥지수도 전 고점 대비 10% 이상 폭락하며 사실상 ‘조정장’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술주의 갑작스러운 상승과 급락 패턴이 20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몰아넣은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 기술주 빅6 시총 1조 달러 증발

이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4.11% 폭락했다. 테슬라를 포함한 기술주 ‘빅6’의 시가총액도 3거래일 만에 약 1조 달러 증발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6배로 뛴 테슬라는 2010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사상 최대 폭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5.4%), 애플(―6.7%),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3.6%), 아마존(―4.4%), 페이스북(―4.1%) 주가도 크게 내렸다.

테슬라는 지난달 31일 498.32달러로 주가가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주가는 33.7% 폭락했다.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이 불발된 것이 가장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수 편입 실패의 이유로 “테슬라가 핵심 부문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4∼6월)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자동차 판매보다는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테슬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다음 날 50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것도 악재였다. 테슬라의 외부 최대 주주인 영국 투자사 베일리기퍼드는 지분을 6.32%에서 5% 미만으로 대거 줄이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주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적절하다”며 “테슬라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종이로 만든 집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 “기술주 조정 불가피” vs “닷컴버블 때와 달라”

전문가들은 최근 기술주의 폭락을 단기간에 과열된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조정을 받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MAGA’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에 더해 페이스북 등 5대 기업의 시총은 S&P500 전체 기업 시총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4년 전(12%)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목을 받은 비대면 기업들의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프린시펄 글로벌인베스터의 시마 샤 수석 전략가는 “봉쇄가 풀리고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좀 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0억 달러어치의 콜옵션(미래에 일정한 값에 주식을 살 권리)을 은밀히 사들인 까닭에 기술주가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우려가 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번 급락장을 거품 붕괴로 볼 순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마크 헤이플리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기술주는 버블이 아니다. 닷컴버블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사업구조가 실적의 뒷받침 없이 주가가 급등한 닷컴버블 때보다 단단하다는 것이다. 연준이 상당 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증시가 폭락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만 미 대선 결과가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크고 작은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은 9일 1.9% 오르며 장을 시작했다. 테슬라도 6.5% 상승하는 등 빅테크 주가가 회복세를 보였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 박희창 기자
#기술주 거품#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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