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자에 유리한 수시채용 늘어”… 취준생엔 더 좁아진 취업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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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가을 공채, 체감은 한겨울

“채용 일정과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모집공고에 지원서를 내는 마음은 요즘 취업준비생들만이 알 겁니다.”

6일 취업준비생 A 씨는 하반기(7∼12월) 공개채용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답답함이 앞선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기업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시 인재 등록시스템’ 공고 대부분에 입사 지원서를 낸 상태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다.

A 씨는 “신입 모집공고가 나온다고 해도 대개 직무가 세분돼 있어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취업준비생보다 경력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는데 공채 전형도 온라인·비대면 평가가 늘어나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 “수시채용 전환 속도 빨라졌다”

9월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 하반기 공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A 씨처럼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기 공채 폐지 혹은 축소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인한 채용 방식 변화 속도도 빨라지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6일 한화, GS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계열사별 신입·경력직을 수시채용 한다고 밝혔다. GS그룹 관계자는 “9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글로벌 등 계열사별 수시채용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시채용은 지난해 10대 그룹 중 현대자동차그룹이 처음 시도한 뒤 많은 기업이 도입을 검토해온 제도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대졸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뽑고 직접 교육시켰던 정기 공채 제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업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점진적 도입을 검토해왔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전환 속도가 빨라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못한 LG가 7월부터 연중 수시채용으로 방향을 튼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필수 인력만 선별해 뽑는 수시채용이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직무별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졌고, 이 흐름이 채용 방식의 전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0곳 중 이미 수시채용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이 절반 이상(52.5%)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 10곳 중 3곳이 “수시 및 (정기) 공채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들 기업의 수시채용을 통한 인력 고용 비중은 정기 공채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기업별 채용 특성 제각각, 취준생 부담 커져”

하반기 공채에서도 언택트 전형 과정이 확대되고, 기업별 적용 범위가 제각각인 점도 취업준비생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달 공채를 시작하는 SK는 종합역량검사(SKCT)의 온라인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오프라인으로 SKCT를 진행했다. 롯데도 인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적성검사는 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도 인적성검사의 온라인 전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에 채용공고를 내고 하반기 공채를 시작하는 삼성은 ‘삼성고시’로 불리는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이번에도 온라인으로 치를 예정이다. 앞서 첫 온라인 GSAT에서 삼성은 4개 영역에 총 110개 문항이 출제됐던 이전과 달리 수리논리, 추리논리 2개 영역만 남기고 시험 시간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7월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LG는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하는 등 기업별로 신입사원 채용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해 발품을 팔아 기업별 채용 특성을 파악해 수시로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도형·황태호 기자
#수시채용#경력자#가을채용#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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