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엔 괜찮아질줄…” 산업계, 코로나 재확산에 ‘당혹감’ 역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18시 10분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다시 맞춰놨었다. 지금은 이마저 다시 흔들어야 한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26일 국내 4대그룹 고위 임원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줄 알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상 경제활동 및 일상생활이 ‘봉쇄’되는 사회적 거리두가 3단계 조치가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이 임원은 “그동안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코로나19 감염과 혹시 모를 생산차질을 막기 위한 대책에 집중해왔다”라며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사무·생산직의 운영 지침을 새로 만들어야 할 뿐더러 급격한 소비침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상반기에 다시 짰던 하반기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한다”고 말했다.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들은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상반기(1~6월)에 전례없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기업들은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인력손실 없는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사태가 더 심해지면서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항공 및 무역, 외식업계 등은 이미 인력감축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9월 전체 직원 수(1300명)의 절반이 넘는 700명을 정리해고 할 계획을 밝혔다. ㈜한화 무역 부문은 전 직원(25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근속 1년 이상 직원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구성원들의 충격은 더 큰 상황이다.

뉴코아·NC 등 도심형 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도 부실 점포를 철수하고, 관리직 무급 휴가를 권고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CJ푸드빌은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30일까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 주력 매장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영업 중단 시기는 일단 이달 말까지로 잡았지만 3단계 격상 등 상황을 봐서 추가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언급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대응 방침 마련에 나선 상태다. 생산 공장 운영 차질만 아니라 소비 대폭 감소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3단계 조치가 시작되면 대외 활동이 얼어붙어 휘발유 소비가 줄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산업용 유류 소비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국내 정유 4사는 2분기에 총 1조 원 가량 영업손실을 냈는데 하반기에 회복은커녕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 스마트폰, 전자제품 업계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기업의 핵심기지인 연구개발(R&D) 센터와 본사에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구동을 비롯해 LG전자 서울 가산 및 서초 R&D캠퍼스, SK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서린빌딩, 쿠팡 잠실 본사 등이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재계 관계자는 “수도권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그야말로 폭풍전야같은 상황”이라며 “상반기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기자 dong@donga.com
곽도영기자 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