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2000채 추가 공급’ 정부 대책…지자체 반발에 실효성 의문

이새샘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20-08-04 17:12수정 2020-08-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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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2020.8.4/뉴스1 (서울=뉴스1)
정부가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총 13만2000채 규모의 추가 공급계획을 내놓은 것은 대출과 세제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발을 극복하고 실효성 있는 공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당장 내년 서울 민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포기 못한 ‘공공 재건축·재개발’ 카드
이날 정부가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통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물량은 총 5만 채로 전체 13만2000채 중 3분의 1이 넘는다.

하지만 정부에 따르면 이 물량은 현재 서울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초기 정비사업장 93곳, 약 26만 채 중 약 20%인 5만2000채가 공공 재건축에 참여한다고 가정하고 계산된 물량이다. 이 물량에 대해 용적률을 250%에서 500%로 높여주면 약 5만 채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결국 단순 추산일 뿐 실질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이나 정비구역은 아직까지 없다는 것이다.

공공 재건축·재개발에 얼마나 많은 조합이 호응할 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5월 발표한 수도권 공급대책에서 공공 재개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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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각종 규제완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서울시가 공공재건축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규제 완화가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직후 따로 브리핑을 열고 공공재건축 방식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현행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층수 제한, 용적률 규제 등을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서울시가 조례로도 규제를 완화해야 실제로 각 정비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다.

●신규택지 곳곳 반발 부딪힐 듯
신규택지의 경우 지자체, 지역주민 반발을 뚫고 제때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과천시는 이번 대책 발표 직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과천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청사 유휴부지에 4000채의 대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시민과 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일”이라며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서 정부과천청사와 청사 유휴부지 제외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규 택지 발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릉골프장의 경우에도 일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지난 주말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사전 청약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후분양을 강조해온 기존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주택 구입 수요를 잠재우는 효과는 있지만 사업이 지연될 경우 결국 청약에 당첨됐던 사람들이 다시 청약을 포기하는 등 일정 부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추후 공급될 물량을 미리 당겨쓰는 것일 뿐 실질적인 공급확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상암 DMC 미매각 부지, 용산역 정비창 등 서울의 핵심 업무지역에 주택 물량을 채워 넣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암이나 용산은 업무, 주거, 상업 등 다양한 공간의 균형을 맞춰 도심 중심지 역할을 하게 해야 하는데 정부가 주택 수를 한 채, 두 채 늘리는 데만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시계획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급 불안정 해소 힘들 듯
결국 이날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한 13만 채 중 상당 수는 실제 공급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공급 규모도 대폭 축소될 수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7000여 채에서 내년 2만5000여 채로 급감한다. 당장 내년부터 수급 불안정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1~2년 내에 공급을 대폭 늘릴 방안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물량 중 사전청약으로 풀리는 물량 외에는 대부분 2023년 이후 공급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주택 수급의 시차로 현재 과열된 시장을 잠재우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공급 확대 대책으로 저렴한 가격의 주택 분양을 기대하는 대기수요가 확대될 경우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기 신도시,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통한 저렴한 분양가의 민간분양 등을 기대하는 대기수요에 이번 대책을 통한 주택 공급을 기다리는 수요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공공 및 임대주택 청약자격은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려 할 것”이라며 “특별공급 대상자나 청약 가점이 높은 수요자 등이 저렴한 주택 공급을 기대하며 대기할 경우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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