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포장지에 사용기한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화장품법에 따르면 내용물이 담긴 병 등 1차 포장 용기에만 사용기한을 표기하도록 돼 있다. 2차 포장 상자에는 사용기한 표시 의무가 없다. 제품 구입 시 사용기한을 확인하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CJ올리브영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사용기한을 표기한다. 일일이 상자를 뜯어 사용기한 확인 후 견출지에 적어 붙이고 다시 포장하는 식이다. 매일 1~2시간씩 이 작업을 반복한다. 특히 온라인몰에서 화장품 구입 시 사용기한이 표기 안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들은 사용기한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을 열어봐도 용기가 훼손되면 반품·교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수작업 사용기한 표기)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며 “화장품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사용기한을 안 쓰거나, 다 쓰면 맞춰서 판매하면 된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라도 상품마다 다르다. 매일 상품이 들어오면 겉 포장지에 사용기한이 써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렇지 않으면 따로 분리해 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짚었다.
“사용기한 등을 명확하게 확인해야 오인할 소지가 없지 않으냐. 2차 용기까지 표기해 ‘사용기한을 몰랐는데 반품해달라’ 등의 소비자 불만사항을 줄였으면 한다”면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기준도 있다. 상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사용기한이 최소 6개월 남은 제품은 폐기하는 등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 ‘미샤’는 모든 제품에 2차 포장까지 사용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미샤 관계자는 “1·2차 포장에 사용기한을 일괄 인쇄해 표기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일부 히트제품은 2차 포장에 사용기한을 표시하지 않았는데, 내부 협의를 통해 적용하게 됐다”면서 “2차 용기 사용기한 표기는 법적으로 의무는 아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인 ‘눙크’와 온라인몰 ‘마이눙크닷컴’에는 다른 브랜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눙크와 마이눙크닷컴에서 취급하는 브랜드 중 2차 용기에 사용기한이 표기 안 된 제품도 있다”며 “별도로 사용기한 표기 스티커를 요청해 직접 부착한다. 테스트 제품은 직접 수기로 작성, 견출지로 붙여서 사용기한을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화장품 사용기한을 조작해 판매한 유통업자가 입건되기도 했다. A씨는 2017년부터 3년간 폐기를 앞둔 화장품 51억원치를 헐값에 사들여 사용기한을 조작한 뒤 국내외에 되팔았다. A씨에게 재고품을 팔아넘긴 화장품 제조업체는 40여 곳에 달하지만, 현행법상 사용기한이 임박한 재고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규정은 없다. 지난해 1, 2차 포장 모두 사용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을 일일이 확인하고 다시 표기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너무 비효율적”이라며 “소비자들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지 못하고 제품을 구입하지 않느냐.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위해서도 소비기한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현행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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