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만나 AI 외쳤던 손정의의 ARM 누구 품에…반도체 업계 촉각

뉴스1 입력 2020-08-03 09:15수정 2020-08-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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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오후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이 열린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7.4/뉴스1 © News1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야심 차게 인수했던 반도체 설계 회사인 암(ARM)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암의 유력 인수자로는 미국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가 거론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암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엔비디아가 최근 몇 주간 암과 접촉해 인수를 모색했다고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암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CPU(중앙처리장치), 서버용 반도체 등의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전 세계 1000여 개 기업에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IP(지적재산) 판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아콘 컴퓨터즈와 애플, VLSI테크놀로지의 조인트 벤처로 설립됐고, 2016년 손정의 회장이 32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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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당시 암을 인수하며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10년 후에는 싸게 샀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소프트뱅크가 암의 지분 75%, 비전펀드가 나머지 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았던 손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등과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인공지능),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는 AI는 암의 비즈니스 모델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손 회장은 AI 시대를 맞아 AP와 같은 소형 CPU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에 폭넓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암의 설계도가 반도체 제작에 있어 플랫폼처럼 작용, AI 산업의 장악력을 움켜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셈이다.

그러나 AI와 사물인터넷 혁신 등으로 암이 거둬들일 성과가 손 회장의 기대에 미칠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2017년 암의 매출은 18억31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였고, 2년 후인 2019년 18억9800만달러(2조3000억원)로 제자리 수준이다.

여기에 손 회장이 주도했던 위워크 등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투자 실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소프트뱅크는 경영 위기에 놓이면서 암 매각설에 힘이 실렸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1조엔(약 16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관련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암 인수 협상 소식에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제조사로 암을 인수하면 AP와 CPU IP 판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인텔, 퀄컴과 같이 반도체, 그중에서도 AP나 CPU를 직접 제조하면서 경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나 고객사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굳이 IP 판매라는 암의 비즈니스 모델에 열을 올릴 이유가 없다”며 “암의 설계 기술을 소유해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경우 GPU로 특화돼 있어 AP나 CPU 기반의 인텔, 삼성전자, 퀄컴 등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며 “특히 AI 시대를 맞아 GPU도 더욱 널리 쓰이며 사세가 확장하는 추세로 엔비디아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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