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 백화점-마트 20여곳 복합개발-매각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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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유통업계 오프라인 구조조정 가속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 강남·미아점, 롯데마트 빅마켓 영등포·부산 부암점 등 20여 개 부지에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 점포 철수 계획을 밝힌 200여 개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이 있는 만큼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화갤러리아는 오픈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갤러리아 광교’를 매각 후 재임대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가 가속화하자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미아점, 롯데마트 서울 금천점, 광주 첨단점 등 20여 곳을 주상복합·오피스빌딩 등으로 개발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형마트를 지으려던 총 2000억 원 규모의 부지도 매각하고, 국내 9개 대형마트 점포는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가 가속화하자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17일 유통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서울 강남점과 미아점, 경기 안산점, 부천 중동점 등과 롯데마트 서울 금천점, 빅마켓 영등포점, 부산 부암점 등 20여 곳에 대한 사업성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성 검토란 해당 부지의 용적률과 입지 등을 토대로 가상의 건물을 설계해 개발 이익을 가늠해보는 것을 말한다. 한 시행사 대표는 “서울 내 부지는 입지가 뛰어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시행사가 앞다퉈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용도에 따라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으로 개발할 수도 있고, 물류창고만 남기고 주차장 및 기타 시설을 따로 떼어내서 개발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사업성을 검토 중인 곳 중에는 롯데쇼핑이 올해 2월 ‘2019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국내 700여 개 점포 중 200여 개를 철수하겠다”고 밝힌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최근에 추가된 곳들도 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미아점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지만 저조한 매출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철수 목표인 15개 국내 마트 부지 중 9곳은 가격을 낮추더라도 일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롯데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규모가 연초 계획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2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돈맥경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롯데쇼핑의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5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줄었고, 2분기 영업이익도 400억 원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019년 3분기 1조8184억 원에서 올 1분기 1조135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유통 사업부문이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고용 이슈 등의 이유로 점포 철수에 대해선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롯데그룹 같은 유통 오프라인 구조조정이 업계 전반에서 더욱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5000억 원을 들여 3월 오픈한 ‘갤러리아 광교’를 석 달 만에 ‘세일즈앤드리스백’(점포 매각 후 재임차)하기로 했다. 앞서 올해 2월엔 천안 센터시티를 매각 후 재임차해 약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도 지난해 13개 매장을 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데 이어 올 4월엔 서울 마곡 스타필드 예정지를 약 8000억 원에 매각했다. 홈플러스도 올해 3개 점포를 세일즈앤드리스백 등으로 유동화할 계획이며, 비용 절감을 위해 6월부터 부문장 이상 임원들의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구조조정은 부동산 시장 및 고용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2017년 공개한 ‘일자리 창출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 한 점포당 2000∼5000명, 마트는 400∼500명의 직간접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뛰어난 알짜 부지엔 시행사들이 최저 입찰가의 2배 이상을 내고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면서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인근 주택 공급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hcshin@donga.com·정순구 기자
#롯데그룹#롯데백화점#오프라인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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