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콜라보]“올 때 메로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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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입맛 취향 저격한 콜라보

“우리가 좋아해야 소비자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죠”. 뚜레쥬르 ‘올 때 메로나’를 개발한 디자이너 전초롱, 상품기획자 정수진, R&D 김정, 마케팅 한다운 씨(왼쪽부터). CJ푸드빌 제공
“우리가 좋아해야 소비자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죠”. 뚜레쥬르 ‘올 때 메로나’를 개발한 디자이너 전초롱, 상품기획자 정수진, R&D 김정, 마케팅 한다운 씨(왼쪽부터). CJ푸드빌 제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뒤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른 제품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SNS를 주도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반응을 살피며 제품을 기획하는 일이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 잡아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뚜레쥬르가 빙그레 ‘메로나’와 컬래버레이션해 지난달 출시한 ‘뚜레쥬르×메로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성비’를 넘어 ‘가잼비’로
1992년 출시된 빙그레 ‘메로나’는 여름 대표 빙과로 30년 가까이 사랑받는 장수 제품이다. 그런데 최근 SNS에서 ‘올 때 메로나’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면서 또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 유머글에서 유래한 이 말은 ‘집에 올 때 뭔가 사오라’는 인사말이다.

“여동생이 혼자 집에 있었는데. 택배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답니다. 택배 곧 도착한다고∼ 그리고 바로 언니한테 전화 왔대요∼ 집에 가는 길이라고∼ 동생이 언니한테 문자를 보낸다는 게∼ 그만 택배 아저씨한테…꾹꾹꾹. ‘올 때, 메로나∼’ 잠시 후 택배 아저씨 띵동∼ 문 열자 보이는 건 한 손엔 택배 또∼한 손엔 메로나∼.”

뚜레쥬르에서 ‘MZ세대 4인방’으로 불리는 베이커리본부의 김정(R&D), 정수진(상품기획), 전초롱(디자인), 한다운(마케팅) 씨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여름을 맞아 생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의 메로나 아이스크림과 뚜레쥬르 빵을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들이 ‘올 때 메로나 빵’ ‘리얼 멜론 인 메로나’ 등이다.

‘얼려 먹는 메로나 아이스박스’는 멜론 맛 시트에 우유 크림과 멜론 크림을 발라 차갑게 먹는 아이스 디저트. 스틱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메로나 아이스박스가 나오는 슬라이딩 방식의 제품 패키지가 젊은 세대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인증 동영상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품기획자 정수진 씨는 “더위로 지치기 쉬운 여름철을 대비해 정말 쿨하고 시원한 여름 디저트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균 연령 29세인 ‘MZ세대 4인방’은 스스로를 ‘포노 사피엔스’로 규정한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놀이처럼 일하는 신인류라는 의미다. 이들은 두 계절 정도를 앞서 산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 제품을 탄생시킨다. ‘가성비’를 넘어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감성을 파악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얼려먹는 메로나 아이스박스’는 직사각형 케이크 박스 옆에 아이스크림 스틱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메로나 아이스크림 모양의 아이스박스가 나오는 슬라이딩 방식의 제품 패키지가 흥미를 자아낸다. CJ푸드빌 제공
‘얼려먹는 메로나 아이스박스’는 직사각형 케이크 박스 옆에 아이스크림 스틱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메로나 아이스크림 모양의 아이스박스가 나오는 슬라이딩 방식의 제품 패키지가 흥미를 자아낸다. CJ푸드빌 제공
디자이너 전초롱 씨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식빵 모양의 캐릭터를 개발해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문득 빵 캐릭터가 메로나를 한가득 사들고 기분 좋게 걸어가는 모습이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올 때 메로나’ 네이밍 과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다운 씨는 “제 또래들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결국은 내부 투표까지 진행했는데, 다행히 ‘올 때 메로나’가 압도적인 호응을 얻어 제품명과 콘셉트 타이틀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뚜레쥬르의 SNS 통한 히트상품 전략
뚜레쥬르가 메로나와 협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재미’였다. 이들은 빙그레가 바나나 우유 모양 왕관을 쓴 왕위계승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캐릭터와 메로나 아이스크림을 의인화한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 캐릭터를 만들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빙그레와 공동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한 씨는 “빙그레 측에서 ‘옹떼 메로나 부르쟝’이 뚜레쥬르 메로나 제품으로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을 게시했는데, 지금까지 진행한 SNS 마케팅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어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리얼 멜론 인 메로나 생크림’ 케이크를 개발한 김정 씨는 “메로나의 시원한 맛을 냉장 온도의 크림 케이크에서 구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멜론 모양을 내기 위해 케이크 겉면에 한층 한층 크림의 결을 살리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뚜레쥬르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상품 개발을 통해 올 상반기에 100만 개 이상 팔리는 히트 제품을 연이어 탄생시켰다. SNS에서 잇자국 인증샷을 유행시킨 ‘리얼 브라우니’, ‘겉꿀속치’(겉은 꿀, 속은 치즈라는 의미)라는 별명을 얻은 ‘치즈방앗간’ ‘몽블랑의 정석’ 등 히트 제품들은 업계에 유사 제품 출시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 씨는 “우리가 좋아해야 고객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맛은 기본이고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MZ세대의 ‘감성’을 뼛속까지 읽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cj푸드빌#뚜레쥬르#빙그레#메로나#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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