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m²당 3550만원 vs 2970만원… 조합 “공시지가 등 입지 반영 안해”
靑앞 기자회견 추진했다 접기도… HUG “특정단지만 예외 적용 안돼”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일반분양가 견해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조합은 HUG의 분양가 통제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HUG는 둔촌주공에만 다른 분양가 산정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13일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HUG의 분양가 통제에 대한 청와대 호소문’을 공개하며 “HUG가 둔촌주공아파트의 입지나 사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분양가를 제시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찬성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30여 명은 14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 광장에서 호소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으나, 시작 직전 일정을 취소했다. 조합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을 우려한 관계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조합과 HUG의 분양가 협상은 약 두 달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3월 조합은 HUG에 3.3m²당 3550만 원의 일반분양가로 분양 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3.3m²당 2970만 원의 분양가를 제시하며 조합 신청을 반려했다. 양측 협상은 이후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조합은 HUG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둔촌주공의 경우 강동구 내 다른 지역보다 공시지가와 공사비가 높은데도, 동일 행정구역 내 분양 단지와의 일률적인 비교로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의 평균 공시지가는 492만 원으로 둔촌주공(825만 원)의 70% 수준”이라며 “지난해 1월 공급된 광진그랜드파크의 3.3m²당 일반분양가는 3370만 원으로 HUG가 둔촌주공에 제시한 일반분양가보다 400만 원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HUG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일반분양가는 모든 정비사업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둔촌주공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이유다. 둔촌주공의 단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반분양가를 더 올릴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HUG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는 모든 정비사업장에서 동일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며 “특정 단지만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둔촌주공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둔촌주공 대의원회가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통해 위임받은 일반분양가 조정 범위는 1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HUG의 제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총회를 다시 열어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7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어 시간의 여유가 없다.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둔촌주공의 분양이 미뤄지면 서울 내 주택 공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둔촌주공의 일반분양 물량은 4786채로 올해 서울 내 공급 예정 일반분양 물량(2만824채)의 5분의 1을 넘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둔촌주공의 분양이 연기된다면 입주도 늦춰질 것”이라며 “물량이 많기 때문에 시장의 주택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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