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에 사모펀드 첫 지정… 64곳 작년 순이익은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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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 공정위, 공시대상집단 지정

《주력 산업의 부침이 심해지며 국내 대기업집단 자산 규모 순위가 요동을 치고 있다. 넷마블,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순위가 눈에 띄게 오른 반면 업황 악화와 구조조정의 타격을 받은 기업들의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주요 업종들이 부진을 겪으면서 대기업집단의 수익은 1년 새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인 사모펀드(PEF)가 자산 기준 재계 60위권 내 그룹으로 부상했다. 또 정보기술(IT) 기업의 재계 순위가 대거 상향 조정된 반면 불황의 여파를 맞은 건설, 석유화학 기업 등은 몸집이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업종별 기상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내년에는 대기업 순위가 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64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통지했다고 밝혔다. 전년(59개) 대비 5개 증가한 수치로 공기업집단이 제외된 2017년 이후 최대치다. 통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에 따른 재계 순위로 인식된다.

○ 사모펀드가 ‘대기업’에… 카카오 등 IT 약진

IMM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 운용사 최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자산 6조3000억 원 규모로, 쿠팡, 우아한형제들, 무신사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공정위는 IMM을 79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봤다. 이 밖에 KG, 삼양, HMM(옛 현대상선), 장금상선 등도 신규 지정됐다.

상위 10위 이내 기업집단의 자산 순위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의 순이었다. 10위였던 현대중공업이 9위로, 9위였던 농협이 10위로 자리를 맞바꾼 게 유일한 변화였다.

중하위권에서는 IT 기업의 순위 상승이 눈에 띄었다. 카카오는 23위를 기록해 전년(32위)에 비해 9계단이나 순위가 올랐다. 네이버(41위)와 넥슨(42위)은 각각 4계단, 5계단 상승했다. 넷마블은 57위에서 47위로 수직 상승해 가장 많이 순위가 올랐다. 반면 중흥건설(37→46위), 태광(40위→49위), 유진(54위→62위)의 순위는 크게 떨어지는 등 ‘중후장대’ 기업들의 몸집이 많이 줄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전년 대비 181개 증가해 2284개로 나타났다. 기업집단별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스마트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카카오의 계열사가 26개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자산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4개로 작년과 같았다.

○ 코로나19 전에 이미 당기순이익 반 토막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총 자산총액은 전년 대비 136조4000억 원 증가한 2176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은 늘었지만 경영 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1401조6000억 원)은 전년보다 2.35%, 당기순이익은 48.1% 줄어들었다. 부채 비율은 71.7%로 전년보다 3.9%포인트 올랐다.

삼성이 전해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19조7000억 원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SK(―14조7000억 원), LG(―3조5000억 원) 순으로 감소했다. 공정위 측은 “삼성의 경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고, SK와 LG는 석유화학 업황이 안 좋아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상위 그룹의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서 대기업집단 전체에서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자산총액(54.0→52.6%), 매출액(57.1→55.7%), 당기순이익(72.2→68.5%) 모두 비중이 하락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사모펀드#대기업집단#imm인베스트먼트#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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