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PB서비스… 투자 드림팀이 가족 자산까지 관리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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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뱅킹’ 개편 나선 은행들

“프라이빗뱅커(PB)가 등장한 지 15년이니 이제 좀 더 고급화돼야죠.”

우리은행은 새해부터 자산관리 조직을 두 분야로 분리해 ‘슈퍼 리치’와 ‘일반 리치’로 서비스를 차별화한다. 투체어스(TC)프리미엄센터는 고액 자산가 전용 고급 센터로 더 럭셔리하게 탈바꿈하고 기존 PB센터는 그보다 자산이 적은 자산가들을 맞는 식이다. 센터별로 응대하는 직원의 전문성 수준, 판매하는 상품 종류도 확 달라진다.

시중은행들이 새해부터 선보일 PB 서비스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일부 은행은 주력 자산가 고객의 기준을 자사 예치금 1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올려 ‘알짜 부자’에게 더 공들일 예정이다. PB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변호사, 세무사 등으로 팀을 꾸려 부자들을 더 세심하게 지원한다.

○ 부자 자산 늘었으니 ‘알짜 부자’ 기준 높여야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은 내년부터 주력 자산가 고객의 기준을 기존의 자사 예치금 1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높일 것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부자의 기준을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며 “자산가들이 은행 2, 3곳과 거래한다고 보면 한 은행에 3억 원 이상을 맡기면 요즘 기준의 부자에 속한다고 봤다”고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이제 1억 원만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기엔 한계가 왔다”며 “주력 고객을 우리 회사 3억 원 이상 예치자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KB국민은행도 초우량 자산가를 별도로 관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 PB서비스가 기존의 일대일 상담 형태에서 벗어나 여러 전문가가 한 사람의 자산을 다각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KB국민은행 PB센터에서 한 PB(왼쪽)가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은행 PB서비스가 기존의 일대일 상담 형태에서 벗어나 여러 전문가가 한 사람의 자산을 다각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KB국민은행 PB센터에서 한 PB(왼쪽)가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은행들이 부자의 개념을 수정하고 나선 것은 경제성장에 따라 개인의 자산도 불었기 때문.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처분가능소득은 은행권에 PB가 생겨난 2004년 1414만 원에서 지난해 1911만 원으로 늘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인 부자도 2014년 23만7000명, 2016년 27만1000명, 2018년 32만300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를 겪으며 투자 경험이 많은 노련한 자산가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리스크 있는 투자에 도전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다. 손실을 크게 보거나 불완전 판매 피해를 호소할 가능성이 적어 은행으로선 안정적 고객군인 셈이다.

○ PB의 개인기보다 ‘드림팀’의 팀워크를 판다


은행들은 PB가 고객 한 명을 일대일로 상담하던 틀을 벗어나 변호사, 세무사 등과 일종의 ‘드림팀’을 꾸려 종합 컨설팅을 시작했다. 고객들이 상담을 원하는 분야가 부동산, 세무, 상속 등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PB팀장의 개인기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자산가의 개인자산은 물론 사업경영도 관리하기 위해 투자은행(IB) 전문가까지 투입했다”고 했다.

유럽 은행들이 특정 가문별로 관리를 해주는 ‘패밀리 오피스’도 국내 은행권에서 확산하는 추세다.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이 쪼그라든 은행들이 자산가의 자녀를 미리 새로운 수익원으로 선점하려는 취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패밀리 오피스’를 정착시켜 자산가 가족을 단위로 컨설팅하고 가업승계를 적극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도 은행, 증권사 상품을 원스톱으로 판매하는 대형 복합점포를 늘리고 자산 30억 원 이상인 고객을 가족 단위로 관리한다. 영업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주말이든 밤이든 언제나 자산가를 맞이하는 점이 특징이다.

조은아 achim@donga.com·김형민 기자
#pb서비스#프라이빗뱅커#주력 자산가#슈퍼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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