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방’ 유튜브 천하…아프리카TV·트위치 ‘생방’ 틈새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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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7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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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열린 G-START Z 청소년 스타트업 캠프에서 참가 학생들이 아프리카 TV BJ임다(본명 강기정), BJ강은비와 함께 방송 체험을 하고 있다. © News1
지난 2018년 8월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열린 G-START Z 청소년 스타트업 캠프에서 참가 학생들이 아프리카 TV BJ임다(본명 강기정), BJ강은비와 함께 방송 체험을 하고 있다. © News1

#프로게이머 출신 BJ 김택용은 지난 8월 군 제대 후 2년여 만에 아프리카TV로 돌아왔다. 복귀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알린 그는 약 1주일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모았다.

#‘이말년 시리즈’로 유명한 웹툰 작가 이말년은 트위치에서 ‘침착맨’이란 닉네임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원작자 주호민 작가는 해당 트위치 방송에 출연해 “침착맨의 유튜브 구독자가 44만명을 돌파했다”고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1인 방송인들의 ‘크로스 플랫폼’ 활동이 활발하다. 주로 생방송은 아프리카TV, 트위치에서 진행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형태다.

17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김택용, 침착맨, 보겸, 창현, 슈기 등 다수의 1인 방송인들이 아프리카TV·트위치 등 실시간 방송과 유튜브 채널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지만 유튜브가 온라인 동영상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다. 실시간 방송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보다 아프리카TV ‘BJ’와 트위치 ‘스트리머’의 인기가 굳건한 상황이다. 유튜브 구독자 184만명을 거느린 인기 스트리머 대도서관이 불편함을 이유로 생방송 플랫폼을 유튜브에서 트위치로 옮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녹화 방송은 유튜브가 강세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460억분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1391분이었다.

1인 방송인들도 구독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전문 편집자를 고용하는 등 유튜브 채널 운영에 신경을 쏟고 있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도 유튜브와 유사한 자체 방송국 및 다시 보기 서비스를 갖추고 있지만 활성화가 돼 있지 않은데다 유튜브는 동영상 재생 횟수에 따른 광고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방’과 ‘녹방’으로 사용자층이 뚜렷하게 나뉘면서 동영상 플랫폼은 ‘경쟁’보다는 ‘동반 성장’을 하고 있다. 생방송을 놓친 팬이 유튜브에서 녹화 방송을 보거나, 유튜브로 처음 방송을 접한 신규 팬이 실시간 방송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아프리카TV는 매출액 416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올리며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97억원,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53% 증가했다. 유튜브와 트위치의 사용시간이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실적은 호조를 보인 것이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택(SETEC)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1인 미디어 대전’에 1인 방송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 News1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택(SETEC)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1인 미디어 대전’에 1인 방송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 News1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의 BJ들은 실시간 생방송된 방송의 내용을 편집해 유튜브 등 타 동영상 플랫폼에 재업로드하면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며 “따라서 (유튜브와 실시간 방송 플랫폼은) 경쟁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로 보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1인 방송인들의 크로스 플랫폼은 온라인을 넘어 전통 미디어까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252만명을 보유한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 도티는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등에 나왔다. 그는 “유튜브 콘텐츠도 레거시 미디어 콘텐츠 못지않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 콜라보레이션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도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3’, ‘언니네 쌀롱’ 등 지상파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했다.

1인 방송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연예인들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역진출’도 눈에 띈다. 아이돌 그룹 ‘엠블랙’의 지오, ‘크레용팝’의 엘린, ‘글렘’의 다희, 배우 강은비, 김성은 등의 연예인들이 최근 아프리카TV BJ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TV를 보듯이 보는 게 유튜브라면 생방송을 보면서 진행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 때 시청자들이 찾는 게 아프리카TV·트위치”라며 “통용되는 콘텐츠의 성격과 수익모델, 고정 시청자층이 달라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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