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약속하고 재산상속 받는 ‘효도계약서’ 법적 효력 있으려면…”[기고/이병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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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전문가가 알려주는 효도계약서 작성 꿀팁

한국에서 효도계약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부양 의무를 약속하고 증여받은 자녀 또는 친족이 증여자에 대해 부양 의무를 하지 않는 경우 증여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이 추진됐고, 올해 5월에는 근로자가 부모 공경을 이유로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하는 ‘부모 공경법’이 발의돼 눈길을 끌었다.

또 최근 유명 연예인의 친조부가 ‘효도 사기’를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나중에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다며 친조부가 사과를 하고 소송을 취하하며 마무리됐지만, 언론이 보도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법률안 발의와 유명 연예인 관련 사건으로 인해 효도계약서는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요즘은 효도계약서 작성을 알아보기 위한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얼마 전 효도계약서 작성 상담을 위해 찾아온 A 씨가 있었다. 이 고객은 아직 은퇴할 시기도 되지 않았고 자녀들도 사회초년생이었다. A 씨는 대기업 이전이 확정되고 다양한 개발 호재가 진행 중인 지역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부동산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부동산은 개발호재로 인해 미리 증여하지 않으면 상속이 이뤄질 시점에는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오를 거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 A 씨는 사전증여를 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녀들이 어린 나이에 큰 재산을 받게 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만에 하나 자녀들이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면 어쩌나 염려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효도계약서 작성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효도계약서가 정말 효력이 있는지, 어떤 내용을 계약서에 담을 수 있는지다. 이에 대한 대답은 2015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로 대신할 수 있다.

유모 씨는 2003년 아들에게 20억 원 상당의 2층 주택과 대지를 증여하면서 증여를 받은 조건으로 아들이 유 씨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할 것과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내용의 계약서를 받았다. 이후 아들 부부는 주택 1층에 살면서 유 씨 부부를 거의 찾지 않았고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의 간병도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겼다. 2013년 11월 어머니가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아들은 요양원 입원을 권유하기도 했다.

아들을 믿고 주택 외에도 사업자금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유 씨는 크게 실망해 주택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왜 필요하느냐”는 막말을 했고, 결국 유 씨는 딸의 집으로 이사한 뒤 아들을 상대로 주택 및 대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유 씨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역시 유 씨가 승소판결 받은 원심을 확정했다.

효도계약서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다양하다. 부모가 생존한 동안에는 증여재산을 마음대로 담보로 제공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거나, 자녀들의 월 방문횟수와 머무는 시간을 정할 수도 있다. 매달 지급해야 하는 생활비 수준이나 병원비 부담을 넣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추가적으로 원하는 내용을 넣을 수 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표현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A 씨는 효도계약서에 증여받은 부동산을 자녀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을 빼고 재산에 관한 다른 조항은 넣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종교 활동에 대한 내용과 ‘음주를 자제하고 금연한다’ ‘성실히 생활한다’ ‘부부 간에 화목하게 지낸다’와 같은 내용을 넣으려 했다. 이런 내용은 입증이 어려워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A 씨에게 설명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효도계약서를 쓰는 시대여도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효도계약서는 가족 간의 분쟁을 방지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지만, 자녀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병곤 한화생명 강남FA센터 법률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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