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소재 규제소식에 업계는 당혹감 속 예의주시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일 10시 23분


코멘트

첨단소재 수출허가 신청 면제 '화이트 국가'에서도 제외
국내 업계 "日 마저 수출규제" 당혹감...상황 예의주시

일본 정부가 다음달부터 디스플레이·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면 수출 금지에 해당하는 규제는 아니지만 수출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가 폐지됨에 따라 국내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최근 디스플레이·반도체 업계는 국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만일 일본 정부의 필수 소재 수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엎친데 덮친격’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필수적으로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재료로 꼽힌다. 에칭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이며,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로 세 가지 소재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또 일본 정부는 첨단 소재 등의 수출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이 면제되는 외환 우대 제도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7월 1일부터 약 한 달간 이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해 의견을 수렴하고, 8월 1일부터 제외조치를 발효한다는 목표이다.

우리나라가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업체들은 한국에 첨단소재를 수출할 때마다 자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취득해야한다. ‘화이트 국가’에는 미국, 영국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있으며 우리나라는 2004년에 지정됐다.

수출규제 대상인 3개 품목은 모두 군사 전용이 용이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절차의 간소화 등 우대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7월 4일부터는 각 계약에 따라 수출 허가로 전환한다. 허가 신청과 심사는 90일 정도 걸릴 전망이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약 90%, 에칭 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에 올린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은 필수 소재”라며 “대일 의존도가 높아 업계의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는 일본 정부의 규제 추진에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필수 소재 수입까지 어렵게 됐다”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외신보도가 나오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계 관계자를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보도된 대로 수출 규제 조치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전면적인 수출 제한보다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을 주는 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도 내용대로 일본의 규제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가뜩이나 재고 부담이 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감산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사이클 바닥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면서 “시행 기간이 장기화하지만 않는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및 주가에 큰 악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수입 중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며 이 경우 한국 소재 업체 이익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90일 이상 일본 수입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으나, 더 장기적으로 보면 소싱처 다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며 오히려 국내 업체 제조사 및 소재 업체 중장기 수혜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일본 업체(Toshiba, Sharp, JDI)는 경쟁력 상실로 시장 점유율 확대 여력이 없고, 국내 제조사와 소재 업계도 일본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라며 “이번 이슈는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