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진 총수 된 조원태 강성부펀드와 손잡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양측 두차례 접촉… 타협 가능성, 이명희 “총수 지정 왜 서두르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한진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조원태 회장(사진)이 경영권을 위협해온 토종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와 타협에 나서는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측근은 최근 KCGI 측 인사를 접촉해 한진그룹의 경영 혁신에 대한 조 회장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조 회장은 취임 이후 항공기 1등석의 70%를 없애며 수익 개선에 나섰다.

또 연중 노타이 복장 실시와 직원 성과급 및 주주 배당 확대를 시도하는 등 KCGI 측이 요구해온 수익성과 경영 문화 개선에 나섰다. 앞서 석태수 한진그룹 부회장도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전에 KCGI 측 인사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수 지분(2.34%)으로 그룹 총수가 된 조 회장으로서는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4.98%를 보유한 KCGI 측이 우호지분을 급속도로 늘려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CGI는 국민연금이 내년도 주총에서 한진칼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을 상황까지 계산하고 최근 30%까지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표 대결로 갈 경우 경영권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사전에 타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KCGI 측은 한진그룹 관계자에게 “(지분을 늘리는 것이) 한진그룹을 공격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회장이 경영 혁신을 이뤄낸다면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오를 수 있는 만큼 굳이 직접 경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가족의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공정위에 동일인 지정 관련 서류 제출을 앞두고 측근들에게 “(조양호 전 회장의) 49재도 안 끝났는데, 총수 지정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냐”라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그룹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조 회장을 총수로 하는 데는 합의가 됐지만 가족이 각자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배석준 기자
#한진#조원태#강성부펀드#이명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