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국빈 오찬에 초청됐다. 재계 총수 가운데서는 이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만 참석했다.
SK와 LG를 포함한 4대그룹 총수가 초청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모디 총리와 각별한 사이인데다 인도 현지 투자 규모가 큰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오너만 초청장을 받았다. 이날 오찬에서 이 부회장은 노영민 비서실장 옆자리에 앉았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대사와 이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환담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찬에는 이 부회장,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한화디펜스 이성수 대표이사, 현대로템 우유철 부회장, 기가테라 한종주 대표, 뉴로스 김승우 대표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들도 고루 초청됐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권평오 코트라 사장 등 경제단체장 및 공기업 대표들도 포함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우 인도 현지 투자를 크게 늘리며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모디 총리 측에서 특별히 오찬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강력한 제조업 전략으로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끌고 있는 모디 총리는 전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도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기업의 투자는 누적기준 60억달러에 달한다”며 “삼성과 LG 등 기업들은 인도에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기아자동차도 신뢰할 수 있는 기업 대열에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인도 투자를 하고 있고 저희의 열망은 더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고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인도 현지 투자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 회동 이후 7개월만에 다시 모디 총리와 만났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7월 인도를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도의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 이 부회장과 만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찬 모두발언에서 삼성전자 공장 방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총리님의 깜짝 제안으로 함께 지하철을 타고 삼성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대통령과 총리 일행의 안내 역할을 맡게 된 것도 모디 총리 측의 참석 요청 때문이었다.
모디 총리와 이 부회장의 인연은 2016년 시작됐다. 모디 총리는 2016년 9월 이 부회장과 회동하고 인도 현지 투자 확대를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년간 약 8000억원을 들여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규모를 2배 늘렸다.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노이다 공장 증설은 이 부회장이 모디 총리와 만나 약속한 투자의 일환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모디 총리와의 접견에서 “삼성은 단순한 외자기업이 아닌 인도 로컬기업으로서 인도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는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995년 인도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현재 노이다, 첸나이에 생산공장을 두고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또 벵갈루루에는 모바일 기술 등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노이다에는 디자인센터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한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오는 26일 경기도 화성과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회동한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인 아부다비 현지에서 왕세제를 만나 5G(5세대) 통신 등 미래사업을 논의한 이 부회장은 약 2주 만에 다시 왕세제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왕세제는 병환 중인 형 셰이크 칼리파를 대신해 UAE의 국가 수반 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왕세제 일행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초 가동을 시작한 수원의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과 화성의 반도체 파운드리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라인을 둘러보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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